권위주의사회에서 민주화가 진척될수록 시민단체의 역할은 이에 비례해서 중요해지는 경향이 있다. 제5부로까지 불리는 시민단체의 역할은 국가의 정책을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때로는 미디어가 제 역할을 못할 때 시민단체는 이를 보완하는 등 정부와 사회를 향한 감시, 견제, 대안제시 역할까지 하는 등 갈수록 그 중요도는 높아져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9월29일 33개 보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의 출범은 주목을 받고 있다. ‘미디어 오늘’ 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의 구성배경에 대해 “언론시장 활성화와 사회 발전을 추구하는 중도보수진영은 기존의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 IPTV와 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영역까지 종합적인 언론정책을 제시하여, 사회적 합의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무료신문 규제가 포함된 신문법 개정안 입법화 △포털의 언론권력 남용 제한을 위한 입법화 △KBS <미디어포커스> 폐지와 MBC <100분 토론> 집중 감시 △KBS2·MBC 민영화 △방송광고시장 자유화 △광고주불매운동 중단을 위한 ‘좌파 매체의 핵심 브레인’역할을 하는 미디어오늘 광고주 불매운동 △좌파언론단체와의 소통 등 13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시민 단체가 ‘언론시장 활성화와 사회 발전을 추구’하고 ‘기존의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 IPTV와 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영역까지 종합적인 언론정책을 제시한다’는 것은 바람직하고 또한 필요한 일이다. ‘포털의 언론권력남용을 제한’하는 일도 적절한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나 정치인들의 손에만 맡겨두기보다는 시민단체에서도 종합적인 언론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시키도록 노력하는 일은 시민단체의 순기능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어떤 시민단체도 사회를 이념적으로 분열, 혼란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분열보다는 통합과 상생을 추구해야한다는 명제는 한국같은 사회에서 당위성을 갖는다.

스스로 ‘보수중도 언론연합단체’라고 지칭하며 ‘좌파 매체의 핵심 브레인 역할하는 미디어 오늘’ ‘진보좌파언론단체’ 등의 표현으로 보수와 좌파 등 이념적 지형을 나누고 있다. 추상적인 이념의 잣대로 ‘좌파, 우파, 진보, 보수’등으로 편가르기를 시도할 때 끊임없는 소모적인 논란으로 사회의 안정보다 혼란을 더 초래한 역사의 경험이 있다. 이런 경우 시민단체가 추구하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부각되며 정책대안 제시는 무의미해진다.

또한 이 단체가 내세우는 정책목표내용을 보면 그 자체가 상호모순되는 부분도 나타난다. ‘진보좌파언론단체와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을 하겠다는 목표가 ‘미디어 오늘’에 와서는 느닷없이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불매운동과 같은 시위행동은 충분한 대화시도나 소통의 노력이 실패로 끝났을 때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이 단체는 이제야 출범하면서 언제 ‘미디어 오늘’과 대화시도라도 해봤는지 의문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법원은 특정 언론사 광고주 불매운동을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로 보지 않고 영업방해행위의 범주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정책제시를 한다면서 특정사를 겨냥해서 광고불매운동을 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초기단계에서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한 검토와 시민사회단체간의 소통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공정성과 편파보도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인 자료와 정보가 제시돼야 한다.

시민단체의 순기능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정책목표에 반영할 때 돋보이는 법이다.
정책제시보다 구호가 앞설 때, 논의보다 주장이 우선할 때 자칫 창립목표가 퇴색될 수도 있다. ‘미디어 발전 국민연합’이 명실상부하게 국내 미디어 발전을 위해 건설적인 정책과 대안 제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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