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의 요구에 따라 시작된 KBS 감사팀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참여 사원들에 대한 '보복성' 특별감사가 본격화하면서 내부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KBS 감사팀은 최근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KBS 기자협회장)을 포함한 여러 사원들에게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대부분은 부당한 감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거부하고 나섰다.

KBS 감사팀,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성재호·김경래 기자 출두 요구 파문

김현석 대변인은 지난 24일 사내게시판(KOBIS)을 통해 "부당한 감사에 응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존심과 양심을 위해 싸우겠다"며 공개적으로 밝혔고, 성재호 전 탐사보도팀 기자(지난 17일 인사에서 사회팀 검찰담당으로 발령)와 김경래 미디어포커스팀 기자도 25일 김 대변인의 의견에 동감하며 감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사내게시판에 올린 '감사를 거부합니다'라는 글에서 "오늘 감사실로부터 출석해 문답을 받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10월 초까지 감사를 마무리하고 곧바로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열린다고 한다. 열심히 저항한 사람에 대해서는 중징계 이상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고 있고, 사원행동 대표급의 경우 해임에 준하는 징계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하루종일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양심에 따른 우리의 행동들을 지켜줄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공영방송 KBS에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과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하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이 전날 밤 기습적으로 발표된 보복성 사원인사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왼쪽과 오른쪽 끝이 각각 김경래 기자와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대변인 "부당한 감사거부, 끝까지 싸울 것…양심에 따른 행동 지켜줄 장치 없어 자괴감"

김 대변인은 "며칠 전 협회장 몇 명이 감사를 찾아가서 정작 감사를 해야할 것은 경찰에 의한 KBS 침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 했다. 누가 경찰투입을 요청했고 누가 이에 동조해 경찰이 KBS를 침탈하도록 도왔는지, 감사를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답은 없다"며 "원인행위에 대한 조사없이 이에 대한 저항만을 문제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집에 침입한 강도는 문제삼지 않고 강도에 저항한 집주인의 행위만을 문제삼는 것과 같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저는 부당한 감사에 응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끝까지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양심을 위해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이와 함께 사원행동 집회에 참석하고 소신발언도 한 바 있는 성재호 기자는 25일 "감사팀에서 사원행동 활동과 관련해 출석을 하라면서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사원행동에 가입해 집회에 참석한 게 왜 KBS의 감사대상이 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감사받을 일을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이 전날 밤 발표된 '보복성' 사원인사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오른쪽이 성재호 전 탐사보도팀 기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강도 문제삼은 집주인 저항을 문제삼는 것 잘못"

성 기자는 "김현석 대변인이 밝힌 의사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감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밤 같은 날짜로 발표한 '보복성' 사원인사에 대해 "나도 인사조치하라"고 밝혀 주목을 받은 바 있는 김경래 미디어포커스팀 기자도 이날 "김 대변인 의견에 100% 동감하며 향후 감사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성재호 "사원행동 활동 감사대상 아니다" 김경래 "김현석 기자 의견에 100% 동감"

이밖에도 감사팀은 사원행동 활동에 참가한 이아무개 기자, 시사정보팀의 한 PD에게도 출두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KBS 기자협회장)이 24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감사를 거부합니다>

오늘 감사실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습니다. 문답을 받으라는 겁니다.
다른 많은 후배들도 같은 요구를 받았다고 합니다.
10월 초까지 감사를 마무리하고 곧바로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열심히 저항한 사람에 대해서는 중징계 이상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사원행동 대표급의 경우 해임에 준하는 징계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양심에 따른 우리의 행동들을 지켜줄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공영방송 KBS에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과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감사에 응해서 이것 저것 해명해 최소한의 선처를 부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일 전 협회장 몇 명이 감사를 찾아가서 정작 감사를 해야할 것은 경찰에 의한 KBS 침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 했습니다. 누가 경찰투입을 요청했고 누가 이에 동조해 경찰이 KBS를 침탈하도록 도왔는지, 감사를 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원인행위에 대한 조사없이 이에대한 저항만을 문제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 침입한 강도는 문제삼지 않고 강도에 저항한 집주인의 행위만을 문제삼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따라서 저는 부당한 감사에 응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끝까지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양심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