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22일 신차 쏘울을 발표하고 본격 시판에 들어갔다. 신차 발표회에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기아차 김익환 부회장, 조남홍 사장, 정의선 사장 등이 참석했다. 언론의 구애 경쟁이 벌어진 것은 23일부터다.

천편일률적인 세단 스타일 승용차가 넘쳐나는 가운데 쏘울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할 만한 제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부 언론은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인 홍보성 기사를 비중있게 실었다.

한국경제는 아예 1면부터 신차 발표회 사진을 가져다 실었다. 이 신문은 13면에도 역시 사진과 함께 "쏘울은 기아차 도약의 신호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전 임직원이 명품을 빚듯 정성과 혼을 담아 만들었기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정몽구 회장의 말이나 "쏘울의 디자인은 젊은 감각을 지닌 전 세계 고객들을 위해 개발됐다"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부사장의 말을 인용하는 등 언뜻 기아차 사외보를 연상케 할 정도의 기사였다.

   
  ▲ 한국경제 9월23일 13면.  
 
다른 신문들도 기사는 대부분 비슷했다. "혼과 정성을 담았다"거나 "기아차 도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정 회장의 다분히 의례적인 인삿말을 빼놓지 않고 인용했다. 서울경제도 1면에 신차 발표회 사진을 싣고 12면에 또 사진과 함께 관련기사를 배치했다. 신제품 관련 기사를 이렇게 비중있게 처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제품에 주목하기 보다는 굳이 차렷 자세로 서 있는 정 회장의 사진을 실은 곳도 많았다. 머니투데이 등은 "여러분이 많이 사주셔야죠"라는 정의선 사장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 한겨레 9월23일 19면.  
 
작정하고 홍보성 기사를 쓰지는 않았지만 한겨레 역시 상당한 비중으로 신차 발표회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19면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 '쏘울'에 담았다"는 페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경제면 4면 가운데 1면을 거의 할애한 셈인데 역시 이례적인 경우다. 관련 기사에 달린 "직선에 숨 쉬는 최고 브랜드 '혼'"이라는 제목도 웬만한 경제지들 못지않게 노골적이다.

이같은 언론의 구애경쟁의 배경은 독자들이 익히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다. 쏘울의 지면 광고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23일부터다.

한국경제가 23일 40면에 쏘울 전면광고를 실었고 조선일보와 한겨레도 각각 36면과 32면에 전면광고를 실었다. 기사와 광고가 지면 배치만 달랐을 뿐 같은 날 동시에 게재된 셈이다. 24일에는 동아일보가 C8면, 매일경제가 40면, 한국경제가 40면에 각각 전면 광고를 실었다. 지면 배치의 문제일 뿐 다른 신문들도 대부분 전면 광고가 예정돼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23일과 24일 지면에서 돋보이는 건 부쩍 불어난 SK브로드밴드 광고다. SK텔레콤으로 합병되면서 하나로텔레콤에서 이름을 바꾸고 23일 공식 출범한 SK브로드밴드는 23일부터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로 광고를 거의 중단했던 터라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 동아일보 9월23일 B3면.  
 
SK브로드밴드는 23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에 일제히 1면 하단과 3면 9단 광고를 실은 것을 비롯해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에도 전면 광고를 실었다. 동아일보가 SK브로드밴드 출범 관련 기사를 B2면에 대문짝만하게 배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사와 광고를 거래하는 언론의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최근 들어 더욱 노골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 둔화와 함께 광고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도 이런 경향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언론은 이제 광고를 받기 위한 홍보성 기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건 보수나 진보 성향을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를 두고 말이 많지만 이미 자본은 신문지면을 장악하고 있다.

   
   
 
   
  ▲ 지면을 파고든 SK브로드밴드의 변형 광고. 한겨레 1면과 3면.  
 
   
  ▲ 기아자동차 쏘울 전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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