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치열 기자 truth710@  
 
편파·왜곡된 언론을 바로잡아 바람직한 언론환경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로 지난 1998년 창립한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가 24일로 10년이 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대표적인 언론시민단체로 활발히 활동해 온 언론연대의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들어보기 위해 김영호(사진) 대표를 만났다. 언론연대는 24일 오후 7시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19층 기자회견장에서 10주년 기념식과 함께 10년사 출판기념회를 연다.

- 언론연대가 창립된 지 10년이 됐다.
“언론연대와 같은 단체가 태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언론환경이 열악했다고 봐야 한다. 처음 언론연대가 생겼을 때, 언론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하다보면 환경이 개선돼 우리 단체의 존재 가치가 소멸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 무엇이 어떻게 악화됐다고 보나.
“10년 전 언론환경은 보도 행태의 문제점이 컸고, 그래서 지적한 게 편파 혹은 왜곡 보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언론의 정파성이 강화돼 모든 보도와 논평이 정파성에 입각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권력이 정권 유지기반의 도구로 언론을 바라보고, 법제화를 통해 통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 지금 언론연대의 현안은 무엇인가.
“언론장악을 위한 이 정부의 법제화를 저지하는 게 당면 과제다. 제도가 한 번 도입되면 고치기가 대단히 어렵다. 여론 다양성 파괴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협, 여론 획일화를 통한 특정 정치세력의 영구 집권은 막아야 한다.”

- 언론시민운동의 한계도 있을 것 같은데.
“시민단체 활동도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라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기부 문화가 거의 없고, 시민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자발적 참여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언론연대가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언론 제도 개편 활동을 보면, 그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어서 대중적 호흡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니 미디어렙 도입이니 하는 얘기가 국민들에게 의미 전달이 잘 안 되고 있다. 언론계 종사자들조차 관심없는 사람은 모르는, 그만큼 대중적 호흡이 어려운 분야라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활동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보수 신문이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그들이 내놓는 전파력이 탁월해 이에 대적하기도 어렵다.”

- 언론 종사자들의 참여나 지지는 어떤가.
“언론 종사자들도 너무 바쁘다 보니 언론 현실에 대한 이해보다는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 급급해 언론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군사독재 시절 얘기를 가끔 하는데, 당시는 오히려 지금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통제했고, 그러한 통제가 감지되면 단번에 몇 십 명의 기자가 모여 밤새 토론했다. 기자실에서 성명도 내는 등 기자실 단위의 운동도 많았는데 지금은 기자실도 정파적으로 쪼개지고, 편집국에서 밤새 언론의 위기를 논의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현업자가 이런데 시민 호흡은 얼마나 더 어렵겠나.”

- 시민운동 진영도 정파적으로 양분돼 있는 것 아닌가.
“시민운동은 이념의 영역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환경 분야 가운데 대기오염 문제를 논하는 데 있어 무슨 이념이 필요한가. 문제는 시민운동하는 사람이 정치적으로 오염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운동가나 단체는 정치세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고, 실제로 정치권에서 활동한 사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반대쪽 사람들이 시민운동 진영을 한 묶음으로 공격하면서 그렇지 않은 단체까지도 입지가 좁아졌다. 시민운동은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더라도 시민들에게는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이것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 앞으로 언론연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생각인가.
“언론운동을 하면서 시민세력에 의존하지 못하고 현업자 단체에 인력과 물적 자원을 모두 의지하고 있다. 빨리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언론이 제4부로 권력화된 지금 제5부인 시민사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시민이 깨어나지 않으면 권력화된 언론을 감시할 수 없고, 언론을 감시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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