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의 기사삭제에 항의하며 1년 동안 싸우다 결국 회사를 떠난 23명의 시사저널 기자들이 신생매체를 창간하겠다고 나섰을 때 많은 사람들은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다. 기존 매체들도 어려운 시사주간지 시장에서 새 매체 창간은 무모한 일이었다.

그런 시사주간지 시사IN이 9월로 창간 1주년을 맞았다. 성적도 괜찮다. 600명 독자주주를 종자돈 삼아 2만 명이 넘는 정기독자들을 확보했다. 특종도 했다. 신정아씨를 단독 인터뷰했고, 지난 대선의 뇌관이었던 BBK 김경준 대표의 옥중메모도 공개했다.

   
 

▲ 시사인 남문희 편집국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시사IN 2기 편집국은 남문희 한반도전문기자가 맡았다. 9월 기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남 편집국장은 89년 시사저널에 입사해 20여 년 동안 남북문제와 국제정세 등을 다뤄왔다.

"개인적인 소회를 말한다면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기자가 현장을 떠나 창업과 창간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기자들이 투자유치까지 해야했고, 전산시스템까지 자체적으로 조달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더 좋은 잡지를 내기 위한 터전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못 버텼을 것이다."

남 국장은 지난 1년 동안 캄캄한 터널을 지나온 소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렵고 지난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는 시사저널 때와 시사인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관심의 크기를 들었다. "시사저널에서는 독자들의 반응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하지만 시사IN에서는 독자와 주주, 시민들과 항상 같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블로그에 댓글이 달리는 걸 보고 있으면 무서울 정도로 반응이 곧바로 온다. 지방에서도 독자들이 찾아오고 먹을거리를 보내온다. 기자생활 20년 동안 가장 역동적인 체험을 한 시기였다."

그는 최근 편집국을 이끌어갈 선장을 맡으면서 주위 인사들에게 시사IN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촛불정국이나 정치·사회적 상황이 있기는 했지만 시사IN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쓴 소리가 많았다. 의외였다.

그는 결국 해법은 저널리즘의 원론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에 뿌리를 두고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론을 하는 것이지 언론운동을 하는 게 아니다. 기자들에게 정치색에서 탈피해 사실에 근거한 관찰자의 시각을 유지할 것을 주문하려 한다. 이것은 진보지·보수지 모두에게 요구되는 자세고,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다."

   
  ▲ 시사인 사옥 발행인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촛불정국 때 거리편집국을 세웠던 것처럼 대중들과 호흡하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있다. 홈페이지 개편은 그 일환이다. 블로그형 홈페이지가 곧 문을 연다. 기자들이 모두 블로그를 운영하고 독자들도 결합하는 메타블로그 형태다.

남 국장은 "시사주간지의 위기라고 하지만 독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면 수요는 분명히 있다"며 "교육 경제 문화 등의 영역에서 의제설정력을 확대시키고 심층성을 강화해 독립매체로서 시사IN의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매김 하겠다"고 밝혔다.

   
  ▲ 시사인 사무실 입구 벽 한편에 붙여진 시사인표지 앞에 선 남문희 2대 편집장과 문정우 초대 편집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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