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활동 중인 인터넷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이 한겨레 사설을 둘러싼 논쟁으로 뜨겁다. 한겨레는 지난 20일자 <전직 대통령의 토론 웹싸이트 개설 유감>이라는 사설을 통해 우려의 시각을 전달했다.

한겨레는 “지금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이 직접 토론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는 건,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키며 정치적 ‘반목과 대립’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노 전 대통령 말대로, 민주주의에 긴요한 시민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쓴다면 그걸 탓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 결집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9월20일자 사설.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 쪽은 사이트 개설이 ‘전직 대통령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세 결집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구심을 많은 국민이 갖고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 쪽은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좀 더 신중하게 ‘민주주의 2.0’ 운영 문제를 검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사설에 대해 ‘민주주의 2.0’ 회원들은 ‘자유마당’에 다양한 글을 올렸다. ‘luxury_yun’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지난 20일 <노무현에 대한 한겨레의 딴지는 정당한가?>라는 글에서 “왜 다른 신문도 아닌 한겨레가 딱 ‘조중동’스러운 논조로 노무현을 깠는가에 대해 시비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러기에 한겨레의 주장이 정당한가 하는 점은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한겨레가 말하는 ‘존경받는 전임 대통령의 전통'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존경받는 전임 대통령의 전통'이라는 수사를 앞세워 전임자의 현실정치 참여를 막는 이와 같은 문화는 과연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누리꾼은 “한겨레가 지향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헷갈려 지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순혈주의'도 아니요, ‘정파분쟁'도 아니며 ‘하나되어 살아남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나만의 생각일까?”라는 얘기로 글을 마무리했다.

‘민주주의 2.0’에 오른 글 중에서 많은 추천 수를 받은 글을 종합해보면 한겨레 사설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강하다. 그러나 한겨레의 충고가 정당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木雲’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노무현에 대한 한겨레의 딴지는 정당한가?>라는 글에 대한 답변을 통해 “솔직히 말해서 토론 사이트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기관(다음 아고라 등)에서 운영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만일 한나라당이나 뉴라이트에서 토론사이트를 개설하였다면 그곳에 게재되는 글의 성향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잃어버린 10년'을 씹을 것이며, 반미친북좌파라는 색깔공세가 난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누리꾼은 “마찬가지로 노공이산이 개설한 이 토론사이트에도 당연히 ‘노사모’ 성향의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어 ‘용(노)비어천가'를 합창할 것이며, 현 집권자를 ‘쥐박이'니 뭐니 하면서 온갖 폄훼와 비방을 일삼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한겨레가 우려하는 것이 바로 그런 편파적인 패거리들의 짓거리를 경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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