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판매대행사) 도입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종교방송과 지역민방의 반발이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오는 22일 조찬당정회의를 거쳐서 24일 기획재정부(장관 강만수)가 '공기업 선진화 제3차 방안'에 이를 포함시킬 계획이어서,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관련일정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17일 오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장실 문화부 제1차관을 불러 이를 따져 물었다. 최 의원에 따르면, 김 차관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송도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9일 오전 모임을 갖고 오는 22일 당정협의 후 24일 기획재정부가 관련일정을 발표하기로 결론 내렸다.

2009년 12월까지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되 종교방송과 지역민방 등의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송 부위원장이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한 것을 안 할 수 있느냐'며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느냐"라며 "2012년까지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도입한다는 게 문화부 당초 의지였는데 결국 방통위 뜻대로 됐다. KOBACO는 김 차관 소관인데 방통위 들러리 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의 강력한 반발에도 정부여당이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림은 방통위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방안'. ⓒ방송통신위원회  
 
이에 대해 김 차관은 "본인 발언 외에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송 부위원장이) 그런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답했다.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가 전혀 없었다'는 질의에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며 "일의 선결을 따지면 미리 의견을 듣는 게 좋지만 방침을 정해놓고 사후에 들어서 방침을 수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종교방송사에서 정권퇴진 운동까지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인촌 장관은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은 그동안 너무 편했다'고 말한다"며 "시한을 정해놓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강압적이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다시 검토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 최문순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현재 19개 지역MBC와 지역민방이 모인 지역방송협의회에 이어 CBS·불교방송·평화방송·원음방송·극동방송 등 5개 종교방송 사장단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KBS MBC SBS 방송3사가 방송광고시장의 87.5%를 점유하고 있는 구조가 심화돼, 언론 다양성이 상실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신문협회 역시 신문-방송간 균형발전 훼손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으나, 광고매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방송3사는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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