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통령과 대화 질문있습니다!'의 진행을 맡았던 KBS 제작진 간부와 보도본부 보도총괄팀장의 다툼과 관련해 KBS 노사가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진상을 규명하기로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노동조합)는 보도본부 책임자들과 KBS 기자협회 간부진이 지난 12일 벌인 보도위원회에서 '대통령과 대화 제작과정에서 제작 실무책임자인 김찬태 PD와 고대영 보도총괄팀장 사이에 빚어진 마찰 건'을 두고 양 쪽의 의견이 갈려 공정방송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16일 회사 쪽에 공방위를 열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KBS노조, '대통령과 대화' 보도총괄팀장-제작진 충돌 진상 "공방위 열자" 제의

노조 공추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원 기자는 16일 "오전에 회사 노사협력팀 공방위 담당자에게 '공방위를 열어야 한다. 이달 중 양 쪽이 (공방위가 열리기 전 노사 공방위 간사간 협의를 위해) 진용을 갖춰 간사간 티미팅을 하자'는 입장을 통보했다"며 "지난 5∼6개월 간 공방위가 열리지 않았고, 이병순 사장도 공방위를 통해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밝힌 만큼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도본부에 따르면, 양 쪽은 오는 19일(금)께 공방위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방위를 열게 된 두 당사자의 충돌은 지난 9일 '대통령과 대화 질문있습니다'가 방영되기 직전에 제작과정과 관련해서 벌어졌다. 고대영 팀장과 김찬태 PD는 고성을 지르고 어깨를 잡는 등 폭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 내부에선 두 당사자의 다툼의 이유에 대해 고 팀장이 사소한 것까지 관여한 데 따른 김 PD의 불만이 쌓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16일 밤 "제작과정에서 고 팀장이 일부 프로그램 내용을 바꾸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어 이를 밝히는 것이 공방위의 핵심 쟁점"이라고 밝혔다.

   
  ▲ 지난 9일 방영된 '대통령과 대화 질문 있습니다' KBS 홈페이지  
 

"고대영 팀장, 대통령과 대화 제작과정 압력행사 여부가 핵심쟁점"

보도본부에 따르면 당시 보도위원회에서 기자협회는 이와 관련해 보도본부 차원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고대영 팀장은 "사과할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사실관계를 부인해 사실관계에 있어 양쪽의 주장이 엇갈림에 따라 공방위로 넘기기로 합의했다. 공방위에서 예상되는 쟁점은 고 팀장이 김 PD에게 '대통령과 대화' 제작과정에 관여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는지, 김 PD를 폭행했는지, 했다면 어느 수위까지 하게 됐는지 등이다.

이를 두고 이재원 공추위 간사는 "무엇보다 공방위에서 이 안건으로 논의하기로 합의가 돼야 한다"며 "노사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기자협회의 문제제기에 공감하느냐고 묻자 이 간사는 "서로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답했다. KBS 노사 공방위는 매달 한차례씩 열도록 돼있다.

한편, 지난 12일 열린 보도위원회에서는 고팀장-김PD 충돌 건 외에 '청와대 성추행 보도'관련 보도본부장이 청와대의 항의를 받고 편집팀에 전화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실무자측은 보도본부장의 전화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으며, 보도본부장은 앞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보다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건은 '대통령과 대화' 생방송 직전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 당일 KBS <뉴스9>가 단독보도한 '청와대 파견 경찰 간부의 여성 경호원 성추행 사건'이 방영되자 경호실 관계자가 불만을 표시했고 이 자리에 함께 있던 김종률 본부장이 편집팀에 전화해 경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 공영방송 장악하고 ‘대통령과의 대화’? ‘대통령과의 대화’를 앞둔 지난 9일 밤 9시께 KBS 사원행동 소속 직원 50여 명은 KBS홀 앞 광장에서 이명박정권의 방송장악을 규탄하는 피켓과 촛불을 들고 KBS홀로 들어가는 대통령을 만나려 했으나 청경과 청와대 경호실의 원천봉쇄로 저지당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노조 공추위 "사실관계 따져봐야"

또 조계사에서 벌어진 촛불시민 회칼 테러사건 보도 누락과 관련해서는 실무자 쪽과 책임자 쪽은 KBS를 둘러싼 민감한 시기인 만큼 뉴스취재와 제작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당시 보도위원회엔 김종율 보도본부장·고대영 보도총괄팀장·정찬호 1TV 뉴스편집팀장과, 김현석 기자협회장·최규식 중앙위원·김경래 기협공정방송팀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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