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민영방송이 조종하기 쉽다'는 말에 동의하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수도권 민영방송 SBS의 노동조합이 규탄 성명을 내고 최 위원장을 상대로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와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 위원장은 지난 10일 방통위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업무현황 보고에서 "민영(방송)이 외려 (공영방송보다) 정부가 '조종'하기는 더 쉽지 않냐"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질문에 "어떻게 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심석태)는 이튿날인 11일 성명을 통해 최 위원장의 발언을 "모든 민영방송 노동자들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하는 한편 "최씨가 하루 빨리 이번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퇴진하지 않으면 최씨는 이런 모독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해당 문답은) 놀라울 정도로 노골적인 질문에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한 대답인 데다 최씨의 방송에 대한 천박한 이해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라면서 "(방통위원장이) 방송을 '조종'의 대상쯤으로 생각하는 발상 자체도 놀랍지만 정부와 한나라당 일부가 KBS 2TV와 MBC의 민영화를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방송이 더 조종하기 쉽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대담함은 충격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결국 KBS 2TV와 MBC의 민영화라는 정부의 목표가 '조종하기 쉬운 방송 만들기' 차원이었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최씨의 이 한 마디로 지금껏 언론·시민단체들은 물론 언론 현업인들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민영화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해온 이유가 명백히 입증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의 원초적인 문제는 물론 KBS 사장 교체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인해 이미 언론·시민단체들은 물론 야당으로부터도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최씨가 이번 발언으로 방송통신 정책 기구의 수장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노조는 "민영방송 노동자들은 지상파 방송으로서의 민영방송의 가치가 공정한 보도와 건전한 오락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데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지상파 방송으로서의 공정성과 공공성에서 민영과 공영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도 이미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SBS 노조가 낸 성명서 전문이다.

<민영방송이 더 '조종하기 쉽다'고?>
"최시중은 민영방송 노동자들에 대한 모독을 사과하고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행태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최 위원장은 어제 국회 문방위에 나와 "민영방송이 (공영방송에 비해) 더 조종하기 쉽지 않느냐"는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어떻게 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놀라울 정도로 노골적인 질문에,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한 대답이다. 최 씨의 방송에 대한 천박한 이해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민영방송에 있어서 재허가 심사는 공영방송의 재허가 심사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공영방송에 비해 민영방송을 만만하게 보려는 뻔한 심사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민영방송을 '조종하는' 수단이 재허가 심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민영방송의 대주주인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도 재허가 심사 못지않다.

하지만 명색이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장이라는 자가, 국회 상임위 회의장이라는 장소에서, "민영방송이 (공영방송에 비해) 더 조종하기 쉽다"는 말에 동의하고 나선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방송을 '조종'의 대상쯤으로 생각하는 발상 자체도 놀랍지만 정부와 한나라당 일각에서 KBS 2TV와 MBC 민영화를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방송이 더 조종하기 쉽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대담함은 충격적이다. 결국 KBS 2TV와 MBC 민영화라는 정부의 목표가 '조종하기 쉬운 방송 만들기' 차원이었다는 얘기 아닌가. 최 씨의 이 한 마디로 지금껏 언론·시민단체들은 물론 언론 현업인들이 정부, 한나라당의 민영화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해 온 이유가 명백히 입증되는 것이다.

발언을 하는 최 씨의 표정을 보면 최 씨는 자신의 이번 발언의 의미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최 씨의 방송통신 정책 기구의 수장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최 씨는 이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의 원초적인 문제는 물론, KBS 사장 교체 과정에서의 온갖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인해 이미 언론·시민단체들은 물론 야당으로부터도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최 씨의 이번 발언은 최 씨가 빨리 퇴진해야 할 기왕의 이유들에 또 한 가지를 더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최 씨를 비롯한 세력들이 아직 잘 모르는 대목이 있다. 민영방송이 결코 공영방송에 비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영방송의 모든 일꾼들은 지상파 방송으로서의 민영방송의 가치가 공정한 보도와 건전한 오락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데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지상파 방송으로서의 공정성과 공공성에 있어서 민영과 공영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도 이미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실제로 역대 정부가 민영방송을 손쉬운 상대로 여겨온 데에는 민영방송 사주와 경영진, 종사자 모두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일부 불공정 방송으로 사회적 비판과 질책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러한 과거의 질곡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방송을 선언한 지 오래다.

최 씨의 이번 발언은 모든 민영방송 노동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최 씨가 하루 빨리 이번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퇴진하지 않으면 최 씨는 이러한 모독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최 씨가 만약 자기 말대로 SBS를 비롯한 민영방송을 '조종'하려 한다면, 민영방송 노동자들과의 일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2008. 9. 11.
전국언론노조 SBS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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