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기가 가라앉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곡선도 기세가 꺾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지난 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시스템(ARS)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를 벌인 결과를 3일 공개했다.

8월25일 조사 때 29.2%까지 올랐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20.2%로 내려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2주 사이에 다시 ‘20% 대통령’으로 돌아간 셈이다.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56.4%에서 62.1%로 올라갔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20.2%, 2주 전보다 9%포인트 하락

KSOI는 “모든 지역과 성별, 연령대에서 긍정평가가 하락한 가운데 PK지역, 남성, 20대 이하에서 하락폭이 컸다”면서 “특히 20대와 30대는 10%대에 그치고 있어 올림픽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MBC 민영화 반대 49.4%, 찬성 23.8%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상승곡선이 꺾인 이유는 국정운영 강공드라이브가 민심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종교편향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교계와 갈등을 빚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정부와 불교계간 갈등에 있어 정부 쪽이 더 문제라는 의견은 59.9%, 불교계 쪽이 더 문제라는 의견은 23.3%로 조사됐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흐름과 MBC 민영화 추진에 대한 여론의 평가도 부정적이다.

MBC 민영화는 반대가 49.4%로 찬성 23.8%로 반대 의견이 두 배 이상 많았다. KSOI는 “방송의 공영성 약화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반에 달하는 우리 국민은 MBC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통령 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 대선캠프 출신 YTN 사장 임명, 정연주 KBS 사장 해임 강행 등이 부정여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추석 전후에 지지율 40% 기대했는데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민심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당 내부에서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론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어청수 청장을 추석 전에 경질하거나 자진사퇴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국민과의 대화 때 불교계에 유감을 나타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대운하를 다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가 여전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올림픽을 통해 간신히 사회통합자로서의 이미지를 확보했으나 올림픽이 끝난 후 일주일도 안돼 터진 대규모 불교집회는 이명박 대통령을 갈등의 원인제공자로서 다시 격하시켰다”면서 “8월의 상승세를 몰아 9월 추석 전후에는 40%대에 진입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 현재로서는 멀어져가고 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올림픽 기간 동안 수영의 박태환, 역도의 장미란 등이 금빛 승전보를 전해올 때마다 연일 축전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긍지와 자긍심을 선전했다.  ‘올림픽 효과’는 여론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특별한 요인이 없었음에도 상승곡선을 보였다. 주요 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30%까지 국정수행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청와대는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해서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은 8월24일 마무리됐다. 이명박 정부는 25일 선수단 환영식과 26일 선수단 청와대 오찬 등 ‘올림픽 마케팅’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러나 올림픽 열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청와대 '올림픽 마케팅'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9일 올림픽 선수촌과 역도 훈련장을 방문했다. ⓒ청와대  
 
TV 화면을 지켜보며 환호성을 올렸던 시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고물가와 경제불안이라는 냉정한 현실과 맞닥뜨려야 했다.

정치권과 언론은 추석 이후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올림픽 거품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이 5~7월 촛불 정국의 기나긴 터널을 뚫고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인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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