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오는 9일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제작 준비중인 KBS에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 리스트 장미란 선수의 출연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쪽은 제작진이 반발하자 포기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KBS '대통령과 대화' "장미란 선수 출연" 요구…제작진 "계속 요구시 제작거부" 반발

KBS는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이 대통령이 출연하는 토론 프로그램을 9일 밤 10시부터 100분간 생중계한다. 이날 프로그램은 정은아 아나운서의 사회로 유창선 정치평론가(정치분야)·엄길청 경기대 교수(경제분야)·이숙이 시사IN 기자(사회분야) 등 3명의 전문가패널, 100명의 국민패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국민패널 중 95명은 연령·성·직업별로 무작위 선정되며, 5명은 남북·촛불·등록금·독도·공기업 문제 당사자(초청패널)가 섭외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지난달 말 초청패널에 장미란 선수를 추가 출연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 오는 9일 KBS가 제작하고 MBC SBS YTN MBN 등 방송 5개사가 생중계하는 '대통령과 대화 질문있습니다!' 예고 홈페이지. ⓒKBS  
 
그러나 제작진은 "민생도 어려운 데다, 진지하고 진중한 목소리를 나눠야 할 자리에 장씨가 나와서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며 적절치 않다고 거부했다. KBS 제작진 관계자는 "협의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괜찮다면 가능하지만 적절하지 않은 요구를 일주일 정도 전부터 계속해와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고, 아직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제작진은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제작거부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BS 부담스러워해 이미 포기"…5개 방송 동시 중계도 도마에

이에 대해 청와대 쪽은 이미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동우 홍보1기획관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유명인사·개그맨·연예인·올림픽 스타'를 올릴 수 있지 않느냐는 내부검토 뒤 장 선수를 언급했지만 KBS 쪽에서 부담스러워해 'KBS 뜻대로 하라'는 입장을 이미 일주일 전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과의 대화는 제작만 KBS가 하고, KBS를 포함해 MBC SBS YTN MBN도 같은 시각 동시 생중계를 하기로 해 전파낭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동우 기획관은 "우리도 처음엔 하나만 하자고 했으나 해당 방송사 쪽에서 자기들도 하겠다고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은 애초 취임 100일을 맞았던 지난 6월 추진하려 했으나 촛불시위가 확산되자 청와대가 취소하자고 요구해 보류됐었다. 그 뒤 지난달 중순께부터 다시 청와대 쪽이 '취임 200일·추석' 등을 맞아 제의해와 재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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