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행보가 문제다. KBS 사장선임 과정에 사실상 청와대가 개입했음을 보여준 'KBS 대책회의' 논란은, 최시중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의 총사령관임을 다시 한번 확인케 했다. 

"언론장악 중심, 이명박 대통령 대리인 최시중 위원장"

민주당은 25일 이른바 'KBS 대책회의' 참석자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정정길 청와대실장, 이동관 대변인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천정배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장은 25일 "언론장악의 중심인물은 이명박 대통령이지만 그 대리인을 최시중 위원장이 하고 있다"며 "17일 모임도 KBS 사장 선임과 전혀 관련 없는 최 위원장이 주도한 만큼 국회를 통해 탄핵과 사퇴권고를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으로 통하는 지하식당의 통로(오른쪽 위)로 나가려는 유재천 이사장을 사원행동 직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천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6개월 간의 방송언론 장악과 민주주의 후퇴기도에 대해 국회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국정조사는 의원 4분의 1 이상 찬성으로 발동할 수 있어 한나라당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는 사안인 만큼 다른 야당과 협력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법'· '방통위법' 정면 위반, 마땅히 탄핵돼야"

전국언론노동조합도 'KBS 대책회의' 소식이 알려진 지난 22일 성명에서 "청와대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그동안 불법적으로 KBS 정연주 사장을 몰아낸 이유가 분명해 졌다.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부실을 숨겨 줄 선전장관 괴벨스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공작임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시중, 유재천, 그리고 이동관 등 청와대 세력은 '방송법'과 '방통위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범법자들"이라며, "특히 최시중씨는 방송통신위원회법이 위임한 위원장의 권한 행위를 넘어섰다. 마땅히 탄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 KBS 대책회의 주선

지난 17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있던 'KBS 대책회의'를 주도한 것은 최시중 위원장이었다. 경향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시중 위원장은 "KBS 후임 사장이 중요한 문제이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러분을 모시게 됐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직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 17일 모임을 주선했다"고 말해, 'KBS 사장' 인선에 대한 아무런 권한도 없는 최 위원장이 모임을 직접 주도했음을 시인했다.

최 위원장이 KBS 사장 교체 과정에 개입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취임 직후인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김금수 당시 KBS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에 대한 퇴진 압박을 한 것을 시작으로 최 위원장은 KBS 정 사장 해임과 사장 인선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해 왔다.

"내가 안 하고 있는데 누가 결정하나"

특히 최 위원장은 지난 6일 민주당 언론장악저지특별위원회(위원장 천정배) 소속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김재윤 의원이 김인규 전 KBS 이사의 사장 내정설에 대해 질문하자 "전혀 결정된 바 없다. 내가 결정하지 않고 있는데 누가 결정하냐"고 발언해 다시 한 번 월권 논란을 불렀다. 이는 KBS 사장에 대한 결정권이 본인에게 있음을 당당히 시인한 장면이기도 했다.

최시중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분명 월권이다. 현행 방송법상 KBS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권한이 없는 최 위원장이 KBS 사장 인선에 개입하는 것은 '위법'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사회가 친여 성향으로 인적 구성이 바뀌게 된 데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KBS '이사 선임권'을 갖고 있는 방통위는 김금수 이사장 사퇴 직후 유재천 이사 선임과 신태섭 이사 해임 확인 및 강성철 보궐 이사 선임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왔다. 

때문에 정연주 사장 해임부터 이병순 사장 임명제청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불법성 논란을 부르며 숨가쁘게 이어 온 이번 KBS 사장 교체 과정과 관련해 최시중 위원장은 핵심 배후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최 위원장에 대한 사퇴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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