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KBS 이사가 청와대 실세 등의 KBS 후임 사장 인선을 위한 밀실 회동에 참석한 유재천 이사장에 대해 23일 "배신감을 느낀다"며 "임명제청권을 자진반납한 굴욕적 행위"라고 성토하면서 사장임명제청 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질의를 했다.

남 이사는 이날 오후 유 이사장에게 보낸 공개질의서에서 "이미 8월17일 이사장님이 주도하여 유력한 사장후보들을 불러내어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동관 대변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사실상 면접대책회의를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깊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는 이사회의 임명제청권을 이사장이 청와대, 방통위에 자진 반납하는 굴욕적 행동이며, 이사들의 권한을 침해한 비위행위"라고 비판했다.

남 이사 "사장임명제청 강행 중단·방식절차 보완 다시추진해야…유재천, 이사장으로 인정못해"

   
  ▲ ▲ 남윤인순 이사가 지난 21일 이사회 도중 퇴장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KBS본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남 이사는 "이사회는 거수기가 아니다"라며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진행키로 한 사장임명제청 강행을 중단하고 △이사회의 소중한 권한인 사장임명제청의 방법과 절차를 보완해서 충분한 심의를 통해 사장임명제청을 다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남 이사는 "최근 이사회를 운영하면서 회의장소를 임의변경하고, 변경장소를 통지하지 않아 이사의 회의참석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의안의 내용을 알리지 않아 이사의 의안 심의권을 악의적으로 박탈하는 등 이사회를 불법적으로 파행 운영해 왔다"며 "우리는 더이상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월요일 이사회에서도 의안 심의에 앞서 대승적 결단을 요구할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질의엔 야당추천 이사들이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 이사는 여당 추천 이사들도 이 같은 입장에 동참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뻔뻔스럽고 도덕적으로도 문제…배신감"

   
  ▲ 유재천 이사장.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남 이사는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1일 혹시라도 모르는 우려 때문에 외부에 사전내정설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이사장이 방통위 등 여러 관계인들에게 이사들 대신 직접 전달해달라는 의견을 모았었다"며 "그런데 이미 이사회 전에, 그것도 자신이 직접 그런 모임에 참석했다는 것 차제가 뻔뻔스럽고, 도덕적으로도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남 이사가 이날 오후 유 이사장에게 보낸 공개질의서 전문이다.

유재천 KBS 이사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

 8월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부분 이사들은 KBS 신임사장에 대한 청와대 내정설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이사장님에게 이사회 분위기를 관계자들에게 전달할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사장님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는데 8월 22일 대책회의 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미 8월 17일 이사장님이 주도하여 유력한 사장후보들을 불러내어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동관 대변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사실상 면접대책회의를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깊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는 이사회의 임명제청권을 이사장이 청와대, 방통위에 자진 반납하는 굴욕적 행동이며, 이사들의 권한을 침해한 비위행위입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공개질의를 드리니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이사회는 거수기가 아닙니다. 따라서 8월 25일 오전 10시에 진행하기로 한 사장임명제청 강행을 중단해 주십시오.

2. 이사회의 소중한 권한인 사장임명제청의 방법과 절차를 보완해서 충분한 심의를 통해 사장임명제청을 다시 추진하기 바랍니다.      

  이밖에도 최근 이사회를 운영하면서 회의장소를 임의변경하고, 변경장소를 통지하지 않아 이사의 회의참석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의안의 내용을 알리지 않아 이사의 의안 심의권을 악의적으로 박탈하는 등 이사회를 불법적으로 파행 운영해 왔습니다.
  우리는 더이상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합니다. 월요일 이사회에서도 의안 심의에 앞서 대승적 결단을 요구할 것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2008년 8월 23일
이사회의 합법적 운영과 고유권한을 지키고자 하는 이사들의 뜻을 대신하여 이사 남인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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