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47개(남자 24개, 여자 2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육상이 15일부터 열전에 돌입한다. 폐막일인 24일까지 치열한 레이스가 전개될 육상은 수영과 함께 각종 기록이 경신되고, 숱한 명승부가 펼쳐지는 올림픽의 인기종목. 베이징 올림픽에서 놓치면 후회할 5가지 이벤트를 소개한다.

◈ 남자 100m- 9초70벽 깰까(8월 16일)

진정한 '총알탄 사나이'를 가려라. 남자 100m는 세계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22, 9초72)와 아사파 파월(26, 9초74, 이상 자메이카), 타이슨 가이(26, 9초77) 3파전 양상이다.

종전 세계기록 보유자 파월은 최근 열린 3개 그랑프리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상승세다. 6월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허벅지를 다쳤던 가이도 "100% 회복됐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스프린트 더블'(100, 200m 동시석권)을 노리는 볼트는 5월 리복 그랑프리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후 자신감이 충만하다.

특히 9초70대 스프린터 3명이 동시 출전하는 만큼 세계기록을 깰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의 200m 대표 월러스 스피어먼은 "3명 모두 9초60대가 가능하다"고 했다.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28번 중 17차례 우승한 단거리 강국 미국이, 신흥강국 자메이카의 추격을 따돌리고 자존심을 지킬 지 궁금하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이신바예바, 세계기록 넘을까(8월 18일)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의 올림픽 여자 장대높이뛰기 2연패는 기정사실이다. 통산 24번째 세계기록 경신 여부에 초점이 모아진다.

이신바예바는 7월 29일 모나코 수퍼그랑프리에서 5m4를 뛰어넘어 통산 23번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7월 11일 골든리그 로마대회에서 5m3을 기록한지 18일 만에 또다시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것. 2005년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5m1로 '마의 5m' 장벽 무너뜨린 후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최근 상승세에 있는 제니퍼 스투친스키(미국, 4m92)는 "이신바예바의 영광을 빼앗아 러시아의 엉덩이를 걷어차겠다"고 도발했지만 이신바예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기록을 또 깨고 싶다. (올림픽에서)5m5를 넘겠다"고 공언했다. 두 선수의 최고기록은 11cm 격차가 난다.

◈ 남자 1만m- 신구 황제의 자존심을 건 격돌(8월 17일)

남자 1만m는 베이징 올림픽 육상의 숨은 볼거리다.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와 케네니사 베켈레(이상 에피오피아)는 장거리 신구황제의 자존심을 걸고 혈전을 벌인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1만m에선 베켈레가 웃었다. 베켈레는 27분05초10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딴 반면 게브르셀라시에는 5위에 그쳐 올림픽 3연패의 꿈이 산산조각 났다. 4년 후 두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 1만m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승부는 예측불허. 아테네 대회 이후 마라톤으로 전향한 게브르셀라시에는 현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4분26초) 보유자이고, 베켈레는 1만m 세계기록(26분17초53)을 갖고 있다.

게브르셀라시에의 3회 우승이냐, 베켈레의 2연패냐. 만약 게브르셀라시에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올림픽 1만m에서 최초로 3개의 금메달을 딴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 남자 110m 허들- 류시앙 '황색돌풍' 다시 일으킬까(8월 21일)

육상, 수영같은 기초종목은 서양인이 초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수영에선 박태환과 기타지마 고스케(일본)가 '동양인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당당히 증명했다. 이번엔 육상 차례다.

'황색탄환' 류시앙은 남자 110m 허들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12초91 세계타이기록으로 우승한 그는 '육상 단거리에서 동양인은 안 된다'는 편견을 깨뜨렸다. 그는 일약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부드러운 허들링이 최대 강점.

그러나 이번엔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류시앙이 최근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쿠바의 신예 다이론 로블레스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로블레스는 6월 한 대회에서 12초87로, 류시앙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12초88)을 2년 만에 0.01초 앞당겼다. 베이징에서 NBA 농구선수 야오밍(2m26)보다 우뚝 선 것은 만리장성과 류시앙 뿐이라는 말이 있다. 13억 중국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에겐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 여자 마라톤- 래드클리프 '올림픽 악연' 떨칠까(8월17일)

'엄마 마라토너' 폴라 래드클리프(35, 영국)는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2003년 런던마라톤, 2시간15분25초) 보유자로,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악연이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했지만 무더위로 인해 35km 부근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권했다.

그후 래드클리프는 출산과 부상으로 2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뉴욕마라톤에서 2시간23분09초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출산 후 12일 만에 달리기 훈련을 재개했다는 그는 딸을 낳고 10개월 만에 우승했을 정도로 악바리다.

특히 강력한 경쟁자인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노구치 미즈키(일본)가 허벅지 부상으로 13일 불참 의사를 공식 통보함에 따라 그의 우승 전망은 한층 밝아졌다. 중국의 저우춘슈, 장잉잉, 캐서린 은데레바(케냐) 등이 라이벌이다.

moon034@cbs.co.kr

승인일시 : 2008-08-14 오전 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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