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국 60주년 기념일 전야제 생중계 요청을 KBS, MBC가 거부해 SBS가 수용했다는 동아일보 단독 기사의 일부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SBS 역시 전국 연결 생중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보도 시점 전 이미 정부 쪽에 전달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는 지난 2일 A1면 3단 기사 <공영 KBS-MBC 난색/ 민영 SBS가 대신 맡아>에서 "정부가 14일 밤 열리는 건국 60주년 기념일 전야제 행사의 생중계를 KBS, MBC에 잇달아 제안했으나 두 방송사가 난색을 표명하는 바람에 민영방송인 SBS가 이를 생중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 동아일보 8월2일자 A1면.  
 
이 신문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4일 오후 7시40분부터 9시까지 1시간 20분 동안 지휘자 정명훈씨 지휘로 열리는 서울광장 공연을 비롯해 독도함 선상 연주회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전야제를 연결해 동시 생중계해야 하는 만큼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KBS에 생중계를 제안했으나 KBS는 올림픽 방송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썼다.

이 관계자는 또 "MBC에도 같은 제안을 했으나 유사한 이유로 고사해 지역 민영방송인 SBS가 생중계를 맡게 됐다"며 "시청률도 중요하겠지만 건국 60주년 행사인 만큼 공영방송이 중계를 하는 게 타당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3개 신문이 해당 기사를 토대로 두 공영방송의 직무 유기를 질타하는 사설을 4일 각각 싣자, KBS는 그 이튿날(5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수박 겉핥기식 기사와 그를 근거로 과장되고 비약적인 사설을 난사하는 언론이야말로 공허한 목소리를 거둬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SBS도 KBS, MBC와 마찬가지로 전야제가 벌어지는 14일 오후 7시40분~9시 사이에 올림픽 중계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정부 요청을 결국 지상파 3사 모두가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이창태 SBS 편성팀장은 "지난달 하순 정부가 14일 저녁 전국 16개 시·도에서 열리는 전야제 행사를 연결해 동시 생중계해 달라는 요청을 해와 검토를 한 적이 있다"며 "의미는 있지만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을 빼고 중계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곤란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KBS는 이와 관련해 5일 보도자료에서 "(행사를 주최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건국 60년 기념사업 추진기획단이 방송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전국을 생중계하는 대형 행사를 불과 20여 일 남겨놓고 갑자기 들고 와서 해달라는 요청은 그간 어떤 정부의 공식행사 중계에도 없던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팀장은 "다만 정부가 제안한 내용 가운데 독도함 연주회 부분은 방송에 적합한 기획이라고 여겨 구성안 작성, 출연자 섭외 등을 추진했고 정부도 협조키로 했다"면서 "7월 말 이미 정부 쪽과의 협의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확인 취재를 해온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기사를 쓴 동아일보 기자는 "SBS가 편성을 뒤늦게 바꾼 걸 어떻게 하냐"며 "당시 SBS 쪽을 취재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SBS는 14일 오후 7시40분부터 자체 기획한 '건국 60년 광복 63년 특집 나라사랑 독도함 콘서트'를 강원도 동해항 독도함에서 개최하고 이를 이날 밤 11시5분부터 80분간 녹화 방송한다.

KBS는 정부가 주최하는 건국 60년 축하 전야제를 15일 새벽 0시25분에 녹화 중계하고, 이날 오후 7시20분부터 100분간 서울 여의도 KBS홀과 독도 해경 경비함 '삼봉호'를 2원 연결하는 자체 기획 생방송 '대한민국 60년 경축 음악회'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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