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후엔 기쁨으로 붉게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결국 근심스런 기색도 보였다. 마무리투수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김경문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은 1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미국과 풀리그 1차전에서 8-7, 9회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 정말 나 자신도 놀라울 정도"라며 크게 기뻐했다.

대표팀은 이날 6-7로 뒤진 9회 정근우(SK)의 결승득점과 이종욱(두산)의 천금의 결승 희생플라이로 대역전에 성공했다. 더욱이 8회까지 6-4로 앞서다 9회 미국에 6-7 역전을 허용한 끝에 나온 재역전극이라 더욱 기쁨이 컸다.

김감독은 "사실 9회 미국이 끝나는 점수를 낸 것 같아 어렵다고 봤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선수들이 역전하는 모습에 나 자신도 놀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무리투수에 대한 고민은 어쩔 수 없었다. 경기 직후 김감독은 9회 솔로홈런 및 동점, 역전주자를 허용한 한기주(KIA)에 대해 "팀의 마무리인 만큼 믿었고 홈런을 맞았을 때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평가전에서 부진했던 오승환(삼성)과 한기주에 대해 김감독은 "마무리 문제에 대해선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감독이 꼽은 대체마무리 후보는 일단 정대현(SK)이다. 정대현은 이날도 홈런 1개를 맞았지만 2.2이닝 동안 2피안타 6탈삼진의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팀에서도 마무리를 맡고 있다.

이날 가능성을 보인 윤석민(KIA)도 후보다. 윤석민은 한기주가 물러난 뒤 6-5로 앞선 9회 무사 2, 3루에서 등판했다. 삼진과 내야뜬공을 잡아내며 2사까지 잡는 호투를 펼쳤다. 결국 만루작전 끝에 역전타를 허용했지만 마무리로선 합격점을 내릴 만했다.

김감독은 "일단 정대현을 마무리로 돌리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윤석민도 잘 던졌다.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rjr@cbs.co.kr

승인일시 : 2008-08-14 오전 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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