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도 이제 거듭나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KBS 이사회의 해임제청안에 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함께 이 대변인은 “이번 일을 계기로 KBS가 심기일전해 방만한 경영 상태를 해소하고, 공영성을 회복해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거듭나야 한다는 뜻일까. 대통령과 정권이 주목한 핵심 키워드는 방만한 경영이 아니라 ‘공영성 회복’이다.

실제로 이사회가 대통령에게 제출한 해임제청 의결안에는 감사원이 제시한 부실경영 인사권 남용 등 외에 ‘편향방송’이 추가돼있다.

이사회는 “탄핵 방송, 두 차례의 송두율 특집 다큐멘터리 방송, 두 달이 넘는 광우병 촛불시위보도 등은 특정이념과 가치에 치우친 편향방송이란 평가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동관 대변인의 ‘공영성 회복을 위해 거듭나기를 기대한다’는 말 속엔 “과거 KBS가 공영성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과연 그때가 언제였고, 어떤 방송을 했을까. KBS는 90년 4월 서기원 사장 반대투쟁을 벌이기 전까지 땡전뉴스의 오명을 받아왔다. 지금 당시 테이프를 돌려보면 ‘과연 저게 뉴스일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70∼80년대 독재정권 시절 이른바 ‘성공시대’를 일군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 조현호 온라인뉴스부 기자  
 
이 대통령은 과연 KBS가 ‘대통령을 낯뜨겁게 찬양하던’ 그 시절 뉴스가 그리운 것일까. 아니면 그 시절 뉴스가 공영성을 가진 뉴스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지난달 ‘KBS 사장이 국정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70∼80년대야말로 방송사들이 정부의 국정철학을 충성스럽게 구현하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 KBS 구성원들은 그런 방송을 거부하고 있다.

양승동 KBS PD협회장은 지난 11일 “현 정권은 그동안 KBS를 너무 얕잡아봤다”며 “정부는 더 이상 우리의 의지를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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