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누구나 한다. 연합뉴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연합뉴스가 실수를 할 때 그 실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연합뉴스의 기사를 의심하지 않거나 보통은 확인할 시간 여유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연합뉴스에 따르면”이라고 인용하기보다는 흔히 필요한 문장만 뽑아서 직접 취재한 것처럼 적당히 섞어서 쓴다.

연합뉴스는 10일, “미국 최대 쇠고기 리콜사태… 한국에 늑장 통보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톱스미트라는 회사가 9일 햄버거 등에 들어가는 분쇄육 9843톤을 리콜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톱스미트의 리콜은 이미 지난해 9월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다. 리콜 계획 발표 뒤 6일 만에 이 회사는 파산을 선언했다.

처음 이 기사를 읽었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초 문제가 된 회사는 네브라스카비프라는 회사였는데 연합뉴스는 톱스미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사상 최대라는 제목을 뽑았다. 톱스미트라는 이름도 어딘가 낯익었고 최대 규모 리콜이라는 것도 뭔가 의심스러웠다. 과거에도 최대 규모 리콜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구글에 검색했더니 금방 의문이 풀렸다.

연합뉴스에 문의한 결과 연합뉴스 미국 특파원이 참고자료로 갈무리 해둔 외신 기사를 읽다가 최신 기사로 착각해 잘못 쓴 것으로 확인됐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였지만 흔히 있을 수 있는 실수이기도 하다. 연합뉴스는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이날 오전 대체 기사를 내보냈다. 몇몇 일간지들이 대체 전의 엉터리 기사를 그대로 베껴 썼다.

   
  ▲ 이정환 온라인뉴스부 기자  
 
특히 국제 기사가 이런 경우가 많은데 직접 원문을 확인하기보다는 연합뉴스의 기사를 적당히 베껴 쓰는 경우가 흔하다. 해당 일간지의 기자와 통화 결과, “연합뉴스를 받아쓴 건데 뭐가 잘못 됐느냐”는 물음이 되돌아 왔다. 이 경우 오보의 책임은 연합뉴스에 있는 것일까, 이 오보를 받아 쓴 언론사에 있는 것일까. 누구의 책임이 더 큰 것일까.

포털 사이트에는 이 엉터리 기사들이 여전히 실려 있다. 연합뉴스도 대체 기사를 내보내긴 했지만 과거 기사도 그대로 남아있다. 상당수 독자들이 이 기사들을 읽었을 테지만 12일 오전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잘못을 바로잡는 사고를 내지 않았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기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런 종류의 실수는 늘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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