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의 수난시대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해임되자마자 검찰에 연행돼 이틀째 조사를 받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KBS이사 6명은 KBS 구성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시이사회 장소를 기습적으로 바꾸는 편법을 쓰면서까지 후임 사장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

MBC 엄기영 사장은 검찰과 방송통신심의위의 압박에 보도가 잘못됐다며 구성원들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사과방송을 강행했고, 검찰은 제작진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와 MBC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다수의 KBS MBC 구성원들은 정부에 언론장악 기도를 멈추라며 성토하고 있지만 검찰수사 등 물리력을 동원한 공권력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KBS나 MBC의 위기가 개별 회사의 문제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두 회사의 상징적 사건은 곧 전체 언론의 위기다.

다음은 14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이 대통령 "불법체류 활개" 발언이후 5개월째 / 임신부까지 '싹쓸이 단속'>
국민일보 <사재혁 역도 16년만에 '금 번쩍'
동아일보 <주공, 노정부 5년간 채용자료 모두 폐기>
서울신문 <사재혁 '금 번쩍'…5일째 '금잔치'>
세계일보 <역도 사재혁 16년 만에 '금빛 바벨'>
조선일보 <들었다! 역도 사재혁 금 / 이겼다! 야구 미에 역전>
중앙일보 <역도도 땄다…5일 동안 매일매일 금>
한겨레 <미군 송유관 묻힌 23곳 토양오염 심각>
한국일보 <기부 금메달 / 한의학 박사 1호 류근철씨, KAIST에 578억대 기증>

친정부 성향 KBS 이사 7명, 임시 이사회 기습장소 변경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강제 연행돼 이틀째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친정부 성향의 KBS 이사 6명과 야권 추천인 이춘발 이사 등 7명이 임시이사회 장소를 기습적으로 변경해 후임사장 인선을 조만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유재천 이사장을 포함한 이들 7명의 이사들은 13일 열린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기습적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공모방식으로 사장후보를 모집해 서류심사를 거친 뒤 3∼5배수로 압축, 최종 후보자 1명을 25일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19일 임시 이사회, 27일 정기 이사회를 거쳐 새 사장 후보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일보 8월14일자 2면  
 
나머지 4명의 이사들은 뒤늦게 이사회 장소를 통보 받은 것에 항의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이들 이사들은 이사회 규정에 이사회를 하려면 이사장이 이틀 전에 일시와 장소, 안건 등을 이사·사장·감사에게 통보해야 하는데 이번 회의는 회의시작 15분 전에 알렸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KBS 사원들은 구성원들의 여론을 외면하고 편법을 써가며 후임 사장 인선을 강행하는 이사회 해체를 요구했다.

검찰, 정연주 전 KBS 사장 기소 방침

한편, 검찰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내주 사법처리 하기로 했다. 검찰은 14일 오후까지 정 전 사장을 조사한 뒤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사장이 신원과 같은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선 말을 잘 하면서도 핵심적인 혐의 사실에 대한 진술은 거부하고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다음 주 중에는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중앙일보). 불구속기소 방안이 유력하지만 조사 상황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방안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 중앙일보 8월14일자 1면  
 
동아일보는 관련기사에 <"배임액수 너무 커 사기업 사장이면 구속감">(A8면)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러한 (검찰의) 기류변화는 '개인 기업의 경우 단 몇 억 원에 대한 배임행위도 구속 사안이 되는 것을 비교해 볼 때 KBS 사장이라고 해서 불구속 방침을 정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라며 검찰의 영장청구 방침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인규 MB캠프 방송전략실장, 다시 KBS 사장 후보로 재부상

이런 혼란 속에서 여권에서는 KBS 후임 사장으로 '이명박 사람'을 밀어붙이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경향신문이 지목한 '이명박 사람'은 바로 이명박 후보 선대위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김인규 전 KBS 이사로, 그는 언론계에 떠돌았던 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에서 KBS 차기 사장으로 일찌감치 거론됐던 인물이다.

경향신문은 1면 <"MB측근이 새 KBS사장 돼야">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할 인사가 KBS 사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며 김인규 전 KBS 이사를 거론했다.

   
  ▲ 경향신문 8월14일자 1면  
 
경향신문은 "이명박 정부 출범을 전후해 유력한 KBS 사장 후보로 거명됐던 김 전 이사는 정연주 전 사장 해임 파문 속에서 KBS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확보 문제가 부각되자 후보군에서 멀어지는 듯했으나 최근 재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13일 "후임 KBS 사장 문제는 '김인규나, 아니냐'로 요약될 수 있다. 현재 흐름은 5대 5로 보면 된다"며 "어차피 누구를 시켜도 반 이명박 세력은 반대할 것이므로 김 전 이사 선임 시 정치적 부담은 있겠지만 정면돌파를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그동안 이름이 오르내린 사장 후보 중 개혁이 필요한 KBS 내부 사정파악 정도나 능력,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면에서 김 전 이사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근을 기용해도 괜찮다는 얘기는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뉴라이트 쪽에서도 나오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난 12일 논평에서 "정권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 특보들이 방송계로 가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는데 KBS 이사회와 정부는 새로운 사장에 대통령 측근이 가면 안 된다는 이상한 논리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검찰, PD수첩 제작진 체포-압수수색 검토

KBS뿐만 아니라 MBC도 검찰수사로 진통을 겪고 있다. MBC 광우병 보도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임수빈)는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수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 동아일보 8월14일자 8면  
 
검찰의 소환대상에 올라 있는 PD수첩 제작진은 조능희 책임프로듀서(CP), 김보슬 이춘근 PD, 진행자인 송일준 PD와 작가 등6∼8명이며, 이들은 '피내사자' 신분이기 때문에 소환요구에 계속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에 의한 강제구인이 불가피하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동아일보)고 밝혔다.

경향,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 비판

경향신문은 지난 정부와 현 정부에서 돌변한 정부여당과 보수신문들의 보도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경향은 2면 <동아 압수수색 시도 땐 "탄압" MBC 경우 "즉각 집행" 부추겨> 기사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일부 보수신문들의 '언론탄압 이중잣대'가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신문사의 과다경품 제공행위에 대한 단속과 방송발전기금의 사용처 조정 등에도 '언론탄압'이라고 우겨대더니 현 정권 출범 이후 속출하고 있는 언론장악 논란에는 '언론정상화 과정일 뿐'이라고 강변하는 이중성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참여정부 때인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신상정보 등이 담긴 '최태민 보고서' 보도와 관련한 검찰의 동아일보 압수수색 시도에 당시 한나라당과 동아일보 등이 "법의 허울을 쓴 언론탄압"이라고 맞서던 것과는 달리 13일 검찰이 예고한 MBC 제작진에 대한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에는 동조하거나 오히려 신속한 집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 경향신문 8월14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에서도 "MBC의 사과가 방송 106일 만에 여론 악화에 떼밀려 하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정·반론보도 소송, 검찰수사, 방통심의위의 징계 결정 등 정권 차원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한 결과"라며 "그런 이유로 우리는 'PD수첩' 건도 KBS 사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공영방송 장악 기도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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