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촛불 참가자 비하 논란을 일으킨 이명박 대통령 발언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외 이북5도민 초청 간담회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한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먹을지, 안 먹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먹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던 사람들이다. 자녀들을 미국에서 공부시키고 있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13일 연합뉴스 경향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에 소개됐다.

서울신문은 10면 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깎아내리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촛불시위에 참가한 국민을 표리부동한 사람으로 폄훼한 발언이다. 이 발언에 비춰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량이 늘어나면 국민의 광우병 감염 위험을 걱정하기보다는 '그럼 그렇지. 내가 뭐하고 했나'라고 박수를 칠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외 이북5도민회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이번 발언은 언론에 뒤늦게 보도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은 12일 오후 열린 이북5도민회 초청간담회 소식을 보도하기는 했지만 촛불 참가자 비하 논란을 일으킨 발언은 기사에 담겨 있지 않았다.

12일 밤부터 문제의 대통령 발언이 보도되기 시작했고 13일자 주요 조간신문에 보도된 것이다. 언론의 뒤늦은 보도는 풀 기자가 취재한 내용이 다른 기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문제 발언을 빼달라고 요구했고 풀 기자가 이를 거부하자 취재한 자료에서 문제의 부분을 임의로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풀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청와대가 빼달라고 요구한 것이 알려지면서 12일 오후 춘추관에 있던 기자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비보도를 요구할 때 국익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때가 잦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국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자들은 청와대의 무분별한 비보도 요구에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다. 곽경수 춘추관장은 1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대통령 발언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배경에 대해 묻자 "경위를 파악 중이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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