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이 'PD수첩'에 대한 '시청자 사과'를 한 다음 날, 한 시청자는 그 사과를 받을 수 없다며 MBC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이자 방송 모니터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 김솔(22)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솔씨는 "MBC 경영진에게 너무 실망했다"며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엄기영 사장이 시청자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며 "MBC 밖에서 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경영진은 되려 안에서 이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 MBC 경영진의 'PD수첩' 사과방송에 항의해 1인시위에 나선 대학생 김솔씨.  
 
김씨는 "엄기영 사장은 '대승적' 차원이라고 이유를 들면서 좀더 큰 뜻을 위해 한발 물러선 듯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결국 그건 타협이고 굴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엄 사장과 MBC 경영진에 대해 김씨는 "곰곰이 생각하지 않고 얕은 시각에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앞뒤 말이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의 문제제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시청자 사과'를 하고, '사과'를 하면서 검찰 수사나 법원에 당당히 맞선다는 게 과연 가능한 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또 "KBS 사장 해임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를 확인했다면, '민영화' 등 MBC에 다가올 압박도 만만치 않음을 느꼈을 텐데, 과연 이 정도 타협으로 압박이 그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더구나 노조와 사원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망을 통해 우회적으로 방송한 것도 너무 치졸하고, 제작진에 징계성 인사를 한 것도 이는 '잘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주로 시사교양 방송 프로그램들을 모니터 해온 김씨는, 지난 4월 민언련 방송모니터분과에서 광우병 편을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뽑은 적이 있다. 그에게 또는 '시사 프로그램'은 무얼까.

"제일 무서운 것이요, 한국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아직까지는 잘 해주고 있어요. 사회 비판적인 공영방송의 역할을 나름 했죠. 그런데 KBS 사장 교체되고 이어 MBC도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제일 큰 걱정은 이런 프로그램들을 볼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거에요."

그런 그에게 MBC의 '시청자 사과'는 전혀 반갑지 않은 일이다. 걱정만 늘었을 뿐이다. 김씨는 "이명박 정부의 5년 때문에 지금껏 쌓아 온 언론의 역할이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언론, 방송이 흔들리면 시민들은 누구 말을 듣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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