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8일 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가결한 뒤 KBS 노동조합 집행부가 삭발을 단행했다. 이사회 개최를 위해 경찰력이 동원된 것을 비난하고 대통령 측근이 KBS 사장에 선임되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다. 노조는 "모든 일정을 총파업에 맞춰 투쟁하겠다"고 천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박승규)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내 민주광장에서 '공권력 투입 규탄 및 낙하산 저지 집행부 전원 삭발 결의대회'를 열었다. 조합원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이날 오후 3시30분께부터 30여 분간 진행된 '삭발식'에서는 노조 집행부 14명이 머리카락을 남김없이 깎았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박승규 본부장과 강동구 수석부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내 민주광장에서 KBS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을 규탄하고 '낙하산 사장'을 저지하기 위한 삭발을 단행했다. ⓒ김수정 기자  
 
언론노조 박승규 KBS본부장은 "삭발식은 우리 집행부가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에 앞장서서 희생하겠다는 상징이면서 행동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제각각 행동한다면 공권력과 맞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힘을 합쳐야 (우호적) 여론이 조성되고 (우리의) 정당한 주장이 관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노조가 가는 길에 공감하는 분은 합류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퍼포먼스를 보는 KBS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 KBS 직원은 박 본부장을 향해 "이렇게 될 줄 몰랐느냐. 노조는 뭐했느냐"며 항의했다. 자신을 프리랜서 PD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KBS 노조는 쇼 하지 마라. KBS는 당신들의 직장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공권력이 투입된 것에 대해 참담하게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내 말을 쇼나 모순으로 여기겠지만 이런 식으로 KBS 사장을 몰아내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정 사장에 대해 생각이 다른 것"이라고 했다.

삭발식을 마친 뒤 KBS 노조는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KBS에 경찰력을 투입한 것에 대한 규탄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KBS 직능단체들, '공영방송 수호 위한 사원행동' 결성

한편, 정 사장 퇴진을 적극 촉구했던 KBS 노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온 KBS 기자협회·PD협회·경영인협회 등 직능단체들은 노조의 삭발식 직전 같은 장소에서 100여 명의 KBS 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공영방송 수호를 위한 사원행동'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이 투쟁조직체가 공영방송을 지키고 낙하산 사장을 막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노조와 다소 생각이 달랐던 건 사실이지만 결국 사원행동은 노조와 하나가 돼 노조의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오는 11일부터 낮 12시에는 사원총회를 개최하고 오후 6시 이후엔 KBS 본관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박승규 본부장은 "노조를 믿지 못해 별도의 사원 기구가 생기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어 합법적으로 선출된 노조와 일부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별도 기구를 만드는 게 합당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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