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5공 독재 때도 회사요청 없이 방송 공권력 투입 없었다"
"5공 독재 때도 회사요청 없이 방송 공권력 투입 없었다"
KBS 성명, "이사회 경찰력투입 유감, 언론수호 차원에서 엄중 책임 물을 것"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8일, KBS는 철저하게 공권력에 포위됐다. 본관 건물 밖에는 250여대의 경찰 버스가 KBS 건물 밖을 둘러쌌다. 31개 중대 2500여 명이 동원된 것이다. 안에서는 KBS 이사회의 요청으로 청원경찰 수백 여 명이 동원됐다. 직원들 뿐 아니라 기자들의 출입 또한 제한됐다.

KBS 안전관리팀 소속 직원들과 청원경찰 수백 명은 회의장으로 진입하는 모든 통로를 막아섰다. 안전관리팀 소속 유니폼을 입은 안내데스크 여직원들까지 동원됐다. 이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것일까.

   
  ▲ 8일 오전 KBS 사옥 안에서 이사회를 저지하려는 KBS김현석 기자협회장을 경찰이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8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안에서 권혁부 이사(가운데)가 이사회를 마치고 경찰과 청경들이 확보한 통로를 통해 빠져 나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사회를 저지하려는 KBS직능단체소속 직원이 경찰들로부터 얼굴과 목덜미, 온몸을 사로잡힌채 끌려나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 안전관리팀 소속 직원에게 "누구의 지시를 받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한 KBS 관계자는 "안전관리팀 직원들이 이사장의 지휘 아래 있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고 말했다. KBS 정 직원인 안전관리팀 소속 직원들이 이사회의 지시를 받고 사장 해임을 저지하는 직원들을 철저히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이날 이사회 개최장소인 회의장이 있는 3층으로 진입하려는 직원들이 이들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선배 왜 이래요, 매일 얼굴 보는 사이에", "공영방송 지키겠다고 이러는 것 아닙니까. 비켜 주십시오"라는 호소가 들려오기도 했다.

이날 KBS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사내에 사복경찰이 투입됐다.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먼저 이날 오전 8시께 유재천 이사장 등 이사 몇 명이 사복경찰 200여 명에 둘러싸여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리고 이사회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인 10시께, 회의장 앞에는 100여 명의 사복 경찰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회의장 밖에서 "공영방송 말살하는 이사회 해체하라"며 항의하는 직원들을 폭력과 폭언으로 진압했다.

KBS에 따르면 이들 사복경찰은 경영진 사무실이 위치한 본관 6층까지 진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 공권력 투입을 두고 남윤인순 이사가 이사회에서 공식 항의를 하자 유재천 이사장은 "경찰 동원은 당연하다"며 "이사들이 회의실에 들어가는데 이사들 이름 부르고 이사회장 난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신변에 위협을 느껴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 이사는 이날 "이사회를 여는데 청원경찰에 사복경찰까지 동원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공영방송 역사상 경찰력을 동원한 상태에서 이사회를 하는 것 그 자체가 치욕이다"라고 신상발언을 한 후 이사회장을 나왔다.

KBS 직원들은 경찰이 본사 심장부까지 진입해 유린한 것은 18년만에 처음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18년만의 공권력 투입'이란,  바로 지난 90년에 있던 KBS '4월 투쟁' 을 가리킨다. 당시 노태우 정권 하에 '코드 인사'로 불린 서기원 사장의 낙하산 취임을 반대하며 KBS 노조가 파업을 벌였고, 이에 경찰은 4월12일, 30일 두 차례에 걸쳐 공권력을 투입해 500여명의 조합원을 연행했었다.

KBS 한 관계자는 "노조가 생기고 한창 민주화 분위기가 신장될 무렵 서 사장 취임과 공권력 투입으로 다시 냉혹기에 접어들었다"며 "사회문화 환경도 변화하고 언론자유가 많이 신장됐음에도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20년 전 과거로 되돌아가려 하는 듯 하다"고 허탈해 했다.

   
  ▲ 작전에 돌입한지 네시간여가 지난 오후 1시경 이사들의 퇴로를 확보해주고 유유히 KBS사옥을 빠져나오는 사복경찰들은 카메라를 보고 웃어주는 여유까지 보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는 이사회가 끝난 후 '경찰의 불법난입에 대한 KBS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은 자료에서 "이사회는 KBS에 경찰력 투입을 요청할 권한이 없다. 경찰도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넘어서 불법적으로 경찰력을 투입할 권한이 없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폭력으로 짓밟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심대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KBS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국가 1급 보안 시설인 KBS 청사에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가 벌여졌을 때나 경영진이 직접 요청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회사가 요청하지 않고 경찰이 언론사에 투입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공권력으로 방송을 통제하던 5공 군사 독재 정권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KBS는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이러한 폭력적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공영방송 KBS를 유린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언론자유의 수호 차원에서 관련 책임자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보도자료 전문이다

경찰의 불법난입에 대한 KBS 입장

오늘 본관 3층에서는 “사장해임 제청안”을 논의하기 위해 KBS 임시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임시이사회는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통해 처분한 “사장 해임요구”에 대해 KBS이사회에서 “사장해임 제청안”을 상정해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이사회의 요청으로 경찰력이 진입했으며 이사회가 열리는 본관 3층 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있는 본관 6층까지 진입하며 불법적인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였습니다.   

KBS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국가 1급보안 시설인 KBS 청사에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가 벌여졌을 때나, 경영진이 직접 요청할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회사가 요청하지 않고 경찰이 언론사에 투입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공권력으로 방송을 통제하던 5공 군사 독재 정권 시대에도 없었던 일입니다.

이사회는 KBS에 경찰력 투입을 요청할 권한이 없습니다. 경찰도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넘어서 불법적으로 경찰력을 투입할 권한이 없습니다. 따라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폭력으로 짓밟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심대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합니다.  

공영방송 KBS는 국민의 방송입니다. 방송의 독립성을 수호하는 것은 국민이 KBS에게 준 소명입니다. KBS는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이러한 폭력적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공영방송 KBS를 유린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언론자유의 수호차원에서 관련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2008. 8. 8. KBS한국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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