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정문 앞에서 5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KBS 사수 및 방송장악 규탄을 위한 촛불문화제'가 밤 10시께부터 시작된 경찰들의 진압에 의해 10여 분 만에 강제 해산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박성제 언론노조 MBC본부장,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성유보 상임위원장,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등 집회 주최 쪽과 정치권 인사, 일부 집회 참가 시민들을 강제 연행했다. 하지만 송영길·최문순 민주당 의원 등 현직 의원들은 연행하지 않았다. 밤 11시 현재 연행자 수는 23명이며, 이들은 용산경찰서와 동작경찰서로 분산돼 조사를 받고 있다.
▲ 경찰이 7일 밤 KBS사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시민들과 베이징 올림픽 한국 대 카메룬 축구경기 길거리 응원전을 펼치던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을 강제연행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 경찰에 의해 7일 밤 서울 여의도 KBS사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시민들과 베이징 올림픽 한국 대 카메룬 축구경기 길거리 응원전을 펼치던 중 강제연행되고 있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 ||
▲ 7일 밤 서울 여의도 KBS사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시민들과 베이징 올림픽 한국 대 카메룬 축구경기 길거리 응원전을 펼치던 중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고 있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이날 오후 8시20분께 시작된 집회는 경찰이 한 시간여 뒤인 밤 9시20분께 1차 해산 경고를 한 뒤 한두 차례 더 경고 고지를 하자 주최 쪽에 의해 '밤샘 농성'을 위한 2008 베이징올림픽 축구 예선 우리 대표팀 대 카메룬 전 중계 방송 야외 단체 관람으로 전환됐다.
▲ KBS이사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7일 밤 전경버스 수십 대가 KBS 여의도 사옥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오백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공영방송수호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KBS사옥 앞 인도에서 베이징 올림픽 축구경기 한국 대 카메룬전 거리응원을 펼치던 시민들을 둘러싼 경찰들은 22시 30분경 강제연행을 시작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그 사이에 한편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의 해산을 동시에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아들 전경들아, 나를 잡아가서 5만 원을 벌어라. 그게 아비가 아들에게 주는 용돈이다. 촛불 켜다 물대포 맞고 아들들의 군홧발에 짓밟혀 죽는 게 소원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손 팻말을 들고 자리에 드러누웠던 한 노인은 경찰에 의해 사지를 붙잡혀 들어 올려진 채 거칠게 연행되기도 했다.
▲7일 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이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7일 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뒤 KBS 현상윤 PD (전 언론노조 KBS본부장)가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KBS 이사회는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해 감사원 요구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성유보 상임위원장은 연행 직전 "KBS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경찰이 강제 진압을 펼친 건 이명박 정권이 내일(8일) 반드시 정 사장 해임제청안을 처리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상재 위원장은 "시민들이 모여 평화롭게 축구 중계를 시청하고 있는 문화제였던 만큼 경찰이 진압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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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7시 경부터 시작된 촛불문화제 내내 불이 꺼져 있던 KBS사옥은 경찰의 연행이 마무리 될 무렵, 기다렸다는 듯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송영길 의원은 "개인적 비리가 있으면 정연주 사장이 버틸 수 있겠냐"며 "방송 자주성을 지켜내려는 KBS에 대해 격려의 박수를 부탁한다"고 했다. 노회찬 공동대표는 "(이 집회가) 정연주 한 사람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 KBS를 지키는 게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