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5일 KBS 특별감사결과 경영부실과 인사권남용 등 책임을 물어 정연주 사장 해임요구안을 가결시킴에 따라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8일 KBS 이사회가 감사원의 해임제청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는데다 검찰이 정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에 이어 강제구인 조사 방침도 적극 검토하는 등 공권력의 정 사장 몰아내기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감사원 청사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감사위원회를 열어 “정연주 사장이 재직기간 중 비위가 현저해 KBS의 대표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법 32조 9항의 규정에 따라 KBS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용권자(대통령)에게 해임을 제청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정연주 해임 요구감사원이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감사위원회를 열어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해 경영부실 등의 책임을 물어 ‘해임요구안’을 가결했다. 감사원 기자회견장에서 김용우 사회복지감사국장이 위원회의 결정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감사원은 지적사항으로 △2004~2007년 1172억 원 누적사업손실 발생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승소 뒤 환급포기로 819억 원의 환급 주장기회 박탈 △팀제 도입 후 상위직이 많은 기형적 구조가 됐음에도 조직슬림화 노력 미비 △수원드라마제작센터 목적 외 사용 지적 이후에도 정상화 노력 회피 △KBS별관 부지사업 추진과정 위법 가능성 △감악산 중계소 건축사업 절차 위반 등을 열거했다.

이에 대해 KBS는 부당한 감사결과라며 재심의 요구와 함께 법적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주 사장은 6일 오후 2시 변호인단과 함께 감사요구의 부당함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KBS는 이날 배포한 장문의 반박자료에서 “재임기간 중 결산서에는 오히려 189억 원 누적흑자이며 법인세 환급소송의 조정은 소송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경영상의 합리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장 해임요구에 대해 KBS는“사장 개인에게 중대하고 명백한 귀책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단순히 KBS의 경영성과가 나쁘다는 사유만으로는 비위가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사장 임명권은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임면권에서 임명권으로 바꾼 이유는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8일 앞당겨 여는 임시이사회에서 감사원의 정 사장 해임제청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곧 KBS 관련 회계분석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 사장을 강제구인해 조사를 벌인 뒤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일 베이징 올림픽 출국을 준비중이던 정 사장에게 출국금지를 통보한 바 있다.

5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막가파식 방송장악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명심하고 이를 즉각 포기해야 한다”며 “범국민행동은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권의 헛된 망상을 분쇄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등 언론·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감사원이 정권의 주구로 전락했다”며 맹렬히 비난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KBS 기자·PD협회 등 직능단체들은 8일 이사회를 저지하기 위해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민주당 등 야당들도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어 이명박 정권의‘언론장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은 6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전·현직 의원, 당직자 등이 참석하는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는 이날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헌법상의 독립적인 지위를 스스로 부정하며, 역사적 오점을 남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KBS 공공성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이제부터 국민이 지켜줄 차례가 됐다. KBS가 붕괴되면 MBC에 대한 총체적인 공격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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