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EBS(사장 구관서) 경영진의 지시로 한 차례 결방된 뒤 청와대 외압 논란을 촉발했던 EBS TV <지식채널ⓔ>를 담당하던 김진혁 PD가 1일 정기 인사를 통해 교체된 것을 두고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송대갑)는 4일 오후 성명을 내고 "노조의 거듭된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EBS 경영진이) 광우병을 다룬 '지식채널ⓔ'의 '17년 후' 편을 제작했던 김 PD를 담당 프로그램에서 빼버리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에 충실했던 담당 PD를 교체한 해당 인사는 보복성 인사이며 경영진의 전형적인 정권 눈치 보기"라고 주장했다.

   
  ▲ EBS <지식채널ⓔ> '17년 후' 편. ⓒEBS  
 
이와 관련, EBS는 지난달 29일 인사를 통해 <지식채널ⓔ> 제작 소관 부서인 지식정보팀의 김경은 팀장을 교체한 데 이어 1일 인사에서는 김 PD를 다른 부서로 발령했다. 이 프로에는 이미 다른 PD가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를 두고 "해당 편의 결방과 관련해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유감을 표명하며 담당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바 있는 경영진이 단행한 이번 인사는 노조의 신뢰를 철저히 무시한 행동"이라면서 "노조는 이번 정기 인사를 정상적인 인사로 보지 않으며 도덕성과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자는 결코 국민을 주인으로 하는 공영방송 EBS의 경영진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EBS 고위 관계자는 "해당 프로의 PD가 2명에서 1명으로 줄면서 3년여 동안 담당해왔다는 이유로 기존 PD를 유지해온 부분이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보복성 인사가 아닌, 정상적인 인사권 행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EBS 경영진은 지난 5월14일, 광우병을 다뤘다는 이유로 당초 12∼16일 밤 각 1회씩 모두 6회 전파를 탈 예정이었던 <지식채널ⓔ> '17년 후' 편의 잔여 방영 계획 취소를 지시했고, 이 때문에 이날 밤 편성돼 있던 해당 편이 방영되지 못했다.

<지식채널ⓔ> 담당 김 PD는 경영진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당일 인터넷 직원 게시판에, 청와대에 파견된 감사원 직원이 EBS 감사팀에 해당 프로의 내용을 문의하는 전화를 걸어왔다는 사실과 함께 사건 경위를 담은 글을 올려 사내 공론화를 유도했다.

이 게시물을 한 EBS 직원이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옮겼고 또 이를 네티즌이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 게시판인 '아고라'에 다시 옮기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노조도 문제 삼자 경영진은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이튿날부터 해당 편의 방영을 재개키로 했다.

EBS는 방영 재개 다음 날 노사가 참여하는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해당 프로 결방 사태에 대해 논의한 뒤 이와 관련해 "앞으로 편성의 독립성과 제작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노력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이와 별도로 "결방 결정 과정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며 앞으로는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한편 직원들을 상대로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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