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단이 다른 집단을 거짓과 조작으로 공격할 때 그 공격집단은 거꾸로 ‘사기꾼’으로 매도당한다. 더구나 한 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똑같은 조작의 방식으로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할 때 그 집단 구성원 전체의 도덕성과 진정성은 의심받게 된다. 진실추구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집단의 경우 이런 원칙과 사회적 기대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중앙일보는 최근 미국 쇠고기 파문과 관련하여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조작과 거짓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더구나 중앙일보는 7월초 사진조작 보도를 한 이후 사과와 함께 "사진과 기사에 담긴 내용을 검증하는 '팩트 체킹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거의 유사한 조작과 거짓을 반복했다.

의도성 여부를 떠나 이 정도면 중앙일보 품격과 윤리강령 자체가 쓰레기통에 쳐박혔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을 듯 하다. 중앙일보처럼 큰 신문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왜 이렇게까지 조작보도를 해야하는지 상식을 가진 독자나 학자라면 이해가 가지않는다. 더욱 납득이 가지않는 것은 언론계도 이 문제를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중동이 PD수첩에 대해서는 과도하리만치 많은 양의 지면을 할애하고 과격하고 단정적인 언어로 집요하게 공격해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명백한 고의성과 의도성이 있는 반윤리적 보도에 대해 주요 신문사들조차 침묵하는 행위는 한국언론계의 도덕성과 공정성에 다시 상처를 주는 보도행태다.

   
  ▲ 중앙일보 7월30일자 3면.  
 
‘프레시안(8월1일자)’이 “더위 먹은 <중앙일보>, 또 사진 '오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부제가 “청주 농가 사진이 미국 '다우너' 사진 '둔갑'”으로 달려있다. 충청북도 청주의 한 농가에서 찍은 사진을 미국 시민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공개한 '다우너 소' 동영상의 일부인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충북의 청주가 미국이 되고 국내젖소를 미국 다우너소로 보도하는 이런 과감한 거짓행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독자를 우롱하고 진실을 조롱했다는 지적은 부당한가. <중앙일보>는 이 사진 캡션에다 "올해 1월 말 동물 보호 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공개한 다우너(주저앉은) 소 동영상. 원래 동물 학대를 고발한 영상이었지만 은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보도했다"고 설명을 달았다. 가짜 사진을 이용해서 다시 ‘PD수첩’을 공격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PD수첩은 검찰수사를 받고 있고 법원으로부터도 조사를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 되고 있는만큼 웬만한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낱낱이 조사, 수사하고 있는데 왜 중앙일보는 이런 식으로까지 보도해야 할까. MBC가 설혹 중앙일보를 ‘적’이라고 간주하더라도 이런 식의 공격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실수와 고의는 그 반복성과 의도성에서 차이가 난다. 실수는 전혀 의도하지않은 채 어쩌다 발생하는 우연한 헤프닝일 뿐이다. 그 실수로 인해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 고려와 참작이 병행된다. 그러나 비슷한 일이 한 달 사이에 두 번씩 반복되며 그 내용 또한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일 때 고의성을 의심하게 된다. 이런 합리적 의심은 고의성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는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고의성이 확인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PD수첩에 대해 ‘고의성이 있다’며 검사를 5명이나 배치하여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에서 중앙일보의 이런 조작보도에서 ‘고의성이 어떤 것이며 무엇인지’ 배워야 할 것이다.

정작 두려운 것은 대형신문사들이 이런 조작과 거짓말을 시의에 따라 예사로 할 수도 있다는 도덕불감증에 빠진 사고방식이다. 문제가 생기면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사과하면서 ‘시스템 강화’를 외치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중앙일보는 지난 7월5일 자사 기자와 인턴기자가 손님으로 가장해 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장면을 인위적으로 연출한 사진을 실었다가 독자들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 중앙일보는 미국과 관련된 일, 미국 쇠고기 광우병에 관한 보도에서는 이처럼 상식을 넘어 광분한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 맘에 들지않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예사로 ‘반미’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는 이면에는 중앙의 과도한 숭미, 사대주의가 있음을 이런 조작행태가 대변한다.

중앙일보에는 미디어 전문기자도 있고 유능한 기자들이 많이 있다. 이런 반복된 조작보도행태에 윤리적 분노를 느끼는 내부의 목소리가 없지않을 텐데 스스로 신뢰와 품격을 떨어뜨리는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이런 반복되는 언론계의 조작, 왜곡보도에 대한 뉴스가 큰 신문사에는 볼 수 없는 것, 중대한 뉴스가 되지못한다는 판단 등은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다.

일반 국민의 눈보다 특정 정파적 목적에 함몰되는 반윤리적 조작행위.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진실보다 거짓도 예사로 만들어내는 불법적 보도행태. 남에게는 ‘의도적 왜곡’이라며 온갖 과격하고 단정적인 용어와 조작으로 몰아붙이는 불공정한 편집행위. 이런 식의 잘못된 보도에도 고착된 현재의 신문시장에는 별 변화가 없으며 독자들의 구독행위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못한다는 오만함 등.

중앙일보의 이런 반상식적 행태는 한국 신문 전체의 신뢰와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를 제대로 보도하고 시정을 촉구하지 못하는 언론 역시 독자와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가 될 것이며 향후 제2, 제3의 조작과 거짓을 용인하는 무책임한 처사가 될 것이다.

   
 
 
김창룡 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대학교(석사)와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박사)을 졸업했으며 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지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 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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