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구본홍 사장 제안 찬반투표, 보류 되기까지
YTN 구본홍 사장 제안 찬반투표, 보류 되기까지
[해설]노조 입장변화 안팎에서 거센 비판

구본홍 사장의 제안을 조합원 찬반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위원장 박경석)의 결정이 뒤집어진 데에는 갑작스럽게 구 사장과의 대화를 결정한 노조에 대한 촛불시민들의 실망과 그간 주장해 온 명분이 무너진 데 대한 내부 구성원의 거센 반발이 주효했다. 특히 조합원들과의 논의 없이 진행된 ‘구 사장과의 대화’ 및 ‘구 사장에 대한 찬반투표’에 대한 불만, 찬반투표의 결과에 관계없이 어느 쪽으로든 노조로서는 챙길 것 없는 불공평한 찬반투표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구본홍 YTN 사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으로 출근했다가 노조의 반대로 돌아갔다. ⓒ김수정 기자  
 
노조가 구 사장과 대화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두 달 가까이 YTN에서 촛불을 밝혀온 시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 “배신감을 느낀다”, “섭섭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노조가 집회를 시작하면서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앞에 건 ‘낙하산 사장 반대’ 플래카드에는 노조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시민들의 낙서가 채워졌다. ‘막둥이 YTN 지키미’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YTN을 많이 사랑하는 시민”이라면서도 “참 열 받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밝혔고 다른 누리꾼도 “또 하나의 언론이 정부의 앞잡이로 들어간다”며 “노조원들을 믿었는데 발등이 찍혔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YTN 노조원과 함께 YTN을 지킨다고 굳게 믿어온 시민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배신감은 상당했다.

조합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노조가 구 사장과의 대화를 결정하고, 이를 조합원 투표에 부치는 결정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사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조합원은 “노조 집행부의 결정을 믿고 따르며 투쟁해왔던 조합원들 역시도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다”며 “노조의 결정은 조합원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진행된 것이므로 인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사내메일을 통해 조합원 투표를 고지 받은 노조원들과 대의원들은 이날 밤 10시께 노조에 긴급대의원대회 소집을 요청했다. 29일 오전 9시에 열린 대의원대회는 40명중 22명의 대의원이 참석해 성사됐고 대의원들은 ‘구본홍은 잃는 게 없고 노조는 얻을 게 없는 불공평한 찬반투표’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비분강개’하는 대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 28일 오후 조합원들에게 보낸 사내메일을 통해 노조는 투표 결과 ‘반대’가 많으면 다시 힘을 보아 구본홍 사장 저지투쟁에 나서고, ‘찬성’이 많으면 구 사장 제안을 받아들이고 집행부는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찬반투표가 구 사장에게만 유리하다는 점에서 노조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구 사장은 투표 결과 ‘찬성’이 많으면 노조가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절차를 거쳐 사장이 될 수 있고, ‘반대’가 많아도 자신의 제안이 거절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노조는 구본홍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할 뿐 아니라 노조가 그간 벌여 온 투쟁도 명분을 잃게 되거나, 집행부가 사퇴해야한다. ‘구본홍의 제안’과 ‘집행부의 사퇴’ 모두 인정할 수 없는 조합원들은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노조가 이 사안을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치려면 구 사장 역시 ‘사퇴’를 걸었어야 했다고 한 노조원은 말했다. 

박경석 지부장은 28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사내메일에서 “원하든 그렇지 않든 사실상 협상을 벌인 셈이 됐다”고 말했다. 대화에 임한 이유를 묻자 박 지부장은 “직능단체 구성원과 역대 노조 집행부를 두루 만나며 의견을 구했지만 구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의견도 있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 YTN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신이 높은 데다 노조를 믿고 따르던 어린 기자들의 분노도 높은 상태”라며 “이렇게 내부 반발이 심한 상태에서는 구 사장의 사퇴만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YTN 사장에 선임된 것에 대한 언론계 안팎의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노조가 구 사장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은 YTN노조에 실망을 표하고 있고 YTN 구성원 역시 여전히 구 사장을 반대를 외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조의 동력이 약해진다는 점 또한 노조의 고민이다. 어쨌든 30일 오후 7시에 열리는 YTN대의원대회는 또 한번 YTN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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