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의 ‘직무유기’를 비판하는 언론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공정위가 실제 신문지국의 불법경품?무가지에 대한 직권조사를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정위에 요청해 받은 ‘2006년부터 2008년 5월말까지 신문고시 위반 직권조사로 인한 조치현황’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 1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5개월 동안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경고 조치 가운데 어느 하나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반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난 2006년도와 2007년도에 각각 32건, 70건의 시정명령 조치가 내려졌던 것과 비교된다.

과징금 부과 건수만 놓고 봐도 2006년도엔 25건, 2007년도엔 44건으로 추징액이 각각 6220만 원, 6010만 원에 이르렀지만 올해 들어서는 단 한 건도 없다.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신문시장이 여전히 혼탁한데도 이를 시정해야 할 공정위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신문시장 정상화 의지가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조영수 대외협력부장은 “아직 조사하는 중이어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2007년 시작된 조사 결과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공정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실 관계자 역시 “현 정부 들어 신문고시를 폐지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오더니, 결국 이번 결과를 놓고 보면 공정위의 조사 의지가 희박하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백용호 공정위원장은 지난 4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동아일보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은 김원준 전 공정위 사무처장이 사무처장 직무대행 중에 사표를 쓰고 물러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참여정부시절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담당하는 시장감시국장을 지냈었다.

이에 대해 조영수 부장은 “현 정부와 유착된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줄곧 신문고시 폐지 및 완화를 주장해왔다”며 “신문고시를 가장 많이 어긴 신문사가 이들 세 신문이기 때문에 공정위의 조치가 이들에겐 큰 부담이 돼 왔다. 결국 신문고시 폐지는 이들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보은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언론시민연합의 5월1일자 논평에 따르면, 서울지역 160개 지국 가운데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각각 97.5%, 100%, 1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사기간 4월29일~30일).

한편 공정위 대변인실의 관계자는 “조사방법상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고, 신고에 의한 조사는 꾸준히 처리하고 있다”며, “지금은 포상금제도 때문에 신고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직권조사는 엄두가 나지 않는 상태일 뿐, 직권조사를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6월 이후엔 직권조사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아직 안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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