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언론 중립의 모순을 고스란히 드러낸 선거였다. 언론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면서도 물밑 선거전에서는 ‘선수’로 뛰어 들었다. 한국일보는 29일자 사설에서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 예술인들까지 가세한 거대한 이념전쟁’으로 치달았다”고 비판했다. 언론은 선거전이 막판까지 예측불허 양상으로 전개되자 본색을 드러냈다.

▷색깔론 보도, 선거개입 의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반주경복’ ‘친공정택’ 시각을 보였다. 세계일보는 지난 26일자 사설로 <교육감 선거가 보수·진보 이념 대결장인가>라고 비판하더니 29일자에는 <‘6·25는 통일전쟁’ 동조한 이가 교육감 될 수 있나>라는 사설을 내보내며 이념 대결에 뛰어 들었다. 동아일보는 28일 <교육감 선거, 학교를 ‘전교조 기지’ 만들 순 없다>는 사설을 실었고 문화일보는 24일 <‘6·25=통일전쟁’ 후보까지 나선 서울 교육감 선거>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주 후보는 “일부 언론은 상습적인 색깔론을 다시 꺼냈다”고 비판했다.

▷교육감 선택 기준 ‘표심 유도’= 언론이 내놓은 교육감 선택의 기준은 중립을 가장한 표심 유도였다. 중앙일보는 지난 26일자 사설에서 “선택의 기준은 어떤 정책이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교육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가 되어야 한다”면서 “보수 쪽 후보들은 자율과 경쟁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29일자 <내일 서울교육감 선거가 ‘교육 선택권’ 좌우한다>는 사설에서 “세계 교육경쟁에서 대한민국 교육이 뒤처지지 않게 해줄 것인지 판단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과 중앙의 사설은 “경쟁력을 갖춘 학생을 육성하는 교육을 이끌어갈 교육감을 선출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대변인의 29일 논평과 흡사하다.

▷한겨레-경향신문, 논조 차이= 경향신문은 정치적 중립에 무게를 실었지만 정책검증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한겨레는 교육감 후보 정책 비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보수언론의 대척점에 서서 ‘반공정택’ ‘친주경복’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겨레는 29일자 사설에서 “아이들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계층 간 화해와 사회 통합의 지름길이다. 아이들을 위한다면, 이런 철학의 소유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한겨레는 이날 31면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교육감 선거 관련 기고문을 실었다. 박 이사는 28일 ‘주경복 후보 지지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독자 기만하는 ‘언론 중립’= 상당수 언론은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선거 중립과 거리가 있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형식의 중립 보도 규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일반 기사는 객관성을 지키고 사설 칼럼 등 의견기사는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독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면서 “신문이 중립을 가장해 특정 후보를 돕는 것은 독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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