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로서는 할 수 있는 최고강도 징계처리를 했다.”
장광근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을 찾아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나라당은 ‘뇌물스캔들’의 주인공인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탈당권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장광근 서울시당 위원장은 이를 ‘최고강도 징계처리’라고 설명했다. 탈당권고는 ‘왜’ 중징계일까. 한나라당은 탈당권유를 받은 지 1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제명 처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지만 10일 후에는 무소속 서울시의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에게는 당을 떠나는 일이 대단한 ‘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결정을 두고 ‘중징계’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한나라,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에 '탈당 권고' 결정

   
  ▲ 서울시의회 뇌물파문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한나라당 서울시당 윤리위원회 회의를 마친 장광근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윤리위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이번 뇌물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인사를 드린다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귀환 의장이 한나라당 소속이건, 그렇지 않건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핵심은 무엇인가. 문제는 서울시민을 대표에서 의정 활동을 하고 서울시청을 견제 감시하라고 시의원으로 뽑아줬는데 ‘검은돈’이나 주고받으면서 민주주의를 우롱한 이들의 행위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지만 ‘말로만 사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1일자 동아일보 사설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 이상의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당의 체질을 수술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동아일보의 조언을 실천했을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소나기만 피해보겠다는 인식

한나라당은 ‘뇌물스캔들’이 중앙당으로 불똥이 튀려고 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몸통은 보호하고 '꼬리자르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겸허한 반성보다는 정치적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차떼기’ 논란으로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부끄러운 버릇’을 쉽게 고치지 못했다.

‘뇌물 스캔들’ ‘성 추문’ 등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사건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민께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고 문제의 당사자에게 당원권 정지 등 자체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성난 민심이 잦아들면 또 ‘부패 스캔들’을 이어갔다.

정치인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뉴스로 전해지면 정당 소속을 밝히기도 전에 "한나라당이겠지" "안 봐도 한나라당이야"라는 반응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한나라당은 주목해야 한다. 소나기만 피해보겠다는 인식으로는 차떼기 정당의 ‘무거운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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