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명기하는 내용을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는 속보 기사가 14일 오후 주요 언론 인터넷 사이트를 도배했다.

연합뉴스, 조선닷컴, 인터넷 한겨레 등 주요 언론사 사이트와 다음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는 메인 화면에 독도 영유권 관련 기사를 올렸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매듭짓기도 전에 금강산 관광객 총기 피격이라는 대형 사건이 터졌고 독도 문제까지 함께 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사면초가’ 위기상황이다.

연합뉴스가 공개한 일본 교과서 해설서 독도 관련 전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일본)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토이기 때문에 직접 타국과 육지를 접하지 않은 점을 느끼게 하고, 국경이 갖는 의미에 관해 생각하게 하거나, 우리나라가 정당하게 주장하고 있는 입장에 기초해 당면한 영토문제와 경제수역 문제 등을 생각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북방영토가 우리 고유 영토라는 점 등 우리나라 영역을 둘러싼 문제도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 북방영토(하보마이, 시코탄, 구나시리, 에토로후섬)와 관련, 그 위치와 범위를 확인시킴과 동시에 북방영토가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이지만 현재 러시아에 의해 불법 점거돼 있기 때문에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정확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한국과의 사이에 다케시마(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 우익의 도발, 이명박 정부 '곤혹'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도쿄신문 사장과 인터뷰를 했다. 이미지는 8일자 도쿄신문 관련 기사.  
 
독도 문제는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사안의 휘발성은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를 능가한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는 얘기이다. 일본 정부는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는 자국 영토라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자국 내 우익 강경노선의 요구와 주장을 수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 한국과 외교적 충돌을 피할 수 없는데 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의 흐름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는 물론 한국 정부의 미온적이고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대일본 저자세 외교 논란에 시달렸다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 보도 논란…청와대 "사실 무근"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9일 한일정상회담에서 후쿠다 일본 총리가 “교과서에 독도의 영유권을 일본으로 명기하겠다”는 내용을 한국 정부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 내용은 사실 관계에 따라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9일 G8 확대정상회담에서 일본 총리와 가졌던 짧은 비공식 환담 자리에서는 그 같은 의견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면서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엄연히 대한민국의 영토인 만큼 결코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거듭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청와대 해명과 일본 언론 보도는 상반된 내용이다.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교도통신은 당일 후쿠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본정부의 독도 영유권문제를 교과서에 기재할 방침임을 전달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표기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정부로부터 들은 바 없다고 한 것과 배치되는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자 도쿄신문 "이명박 대통령, 독도 영유권 문제 언급하지 않아"

이와 관련 일본 도쿄신문은 지난 8일자 신문에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면서 “일본이 중학교 신 학습지도요강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에 대한 기술을 검토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독도의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아 양국 간의 마찰을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는 의향을 엿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양국 간의 마찰을 피하는데 중점을 뒀는지 모르지만 일본 정부는 현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만큼 ‘독도영유권’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진행시켰다. 특히 일본 언론 보도처럼 한일 정상회담 때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한국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강경 대응 견해를 밝혔다.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권철현 주일 대사를 소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뒤늦은 강경 대응이 여론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특히 정치권은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한국 정부 통보 시점을 놓고 청와대 발표에 의혹의 시선을 계속 보내고 있다.

일본 NHK 보도 논란…민노당 "이명박 정부, 사전 통보 받았나"

   
  ▲ 일본이 한국정부에 독도 영유권 명기를 통보한 14일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천영세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원들이 일본 규탄 집회를 열자 공관 경비에 나선 경찰들이 이를 둘러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동당은 14일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으로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을 내팽개쳤고, 대일외교의 무능으로 독도주권까지도 심각한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일본측의 독도주권 침해 만행을 사전 통보 받았다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민주당 부대변인도 "충격적인 것은 지난 9일 한일 정상회동에서 후쿠다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명기 입장을 전달했다는 NHK의 보도이다. 교도통신 보도에 이어 재차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은혜 부대변인은 "석연치 않다. 사실이 아니라면 영토도발을 합리화하기 위해 상대국의 정상을 능멸한 보도를 한 것인데, 어떻게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정부가 분명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도 방문한 민주당 지도부 "이명박 정부도 책임 자유롭지 않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양국 정상 간의 합의에 비추어 깊은 실망과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약속하고 서도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독도문제를 분쟁화 시키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오후 독도수호국제연대,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독도아카데미와 함께 독도를 방문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이 끝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해설서에 명기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이 명기 강행시 이명박 정부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우리 국민의 역사인식과 주권의식은 매우 확고하다. 한미쇠고기협상처럼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매서운 질책이 담긴 제2의 촛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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