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ABC협회가 지난 2002년과 2003년 조선일보의 유가부수를 조작했다는 경향신문 보도가 나간 지난 9일, 조의식 전 조선일보 종로지국장이 미디어오늘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조 전 지국장은 지난해 본사의 판매 시스템, 지국장과의 관계 개선 등을 요구하며 본지를 통해 본사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조선으로부터 지국 계약을 해지당했다. 조선은 조 전 지국장이 낸 배달금지가처분신청이 대법원에서 기각되자 지난 4월 조 전 지국장이 머물던 종로지국에 대해 강제집행을 단행했다. 조 전 지국장의 동의를 얻어 관련 글을 전재한다. /편집자주

100만 명이 보는 신문의 광고비가 1억 원 이었다면, 그 신문의 독자가 줄어 50만부가 되었을 때는 5천 만 원만 받아야 한다. 만일 신문사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 줄어든 부수를 공개하지 않고 전과 다름없이 1억 원의 광고비를 받았다면 정도언론(?) 조선일보의 공격은 물론 검찰과 국세청의 제재에 곧바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조의식 조선일보 종로지국장 ⓒ미디어오늘  
 
타인의 위선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토해내는 조선일보이지만 정작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끔찍한 위선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향 “ABC가 조선일보 부수 조작” 단독 보도

경향신문이 “신문•잡지 등의 발행•유료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기관인 한국ABC협회가 지난 2002년과 2003년 각 한 차례씩 조선일보의 부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공식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문화관광부도 지난해와 올해 이와 관련한 민원이 제기되자 특별감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BC협회의 부수 조작이 알려지면서 부수 인증작업의 신뢰성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은 한국ABC협회 전 직원 A씨의 증언과 내부 문건을 토대로 “협회 간부들이 유료부수 조사 팀에 조선일보에 대한 조사 수치를 조작토록 했다”며 “협회 간부들은 무료 구독자가 유료독자로 전환한 경우 수금 개시일 전 2개월까지만 유료부수로 인정하는 규정을 어기고 3개월까지 유료부수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조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 따르면, ABC협회는 조선일보가 2002년치 유료부수가 191만4045부라고 신고하자 조선일보 지국 30곳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뒤 2003년 5월부터 5개월간 4개 조사팀을 보내 전수 조사를 벌였다. A씨는 “당시 전수 조사 결과 부수는 조선일보가 신고한 부수의 88.7% 수준인 169만9430부로 나왔다”며 “그러나 협회 간부들은 ‘조선일보 신고부수의 90%(172만3115부)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협회 조사 부수보다 5만6000여부 많은 175만6193부로 수치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ABC협회는 이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03년 10월16일 이를 조선일보의 유료부수로 최종 공표했다.

ABC협회는 앞서 2002년에도 2001년치 유료부수 조사를 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조선일보 유료부수를 부풀렸다. 조선일보가 유료부수를 192만9441부로 신고하자 조사결과 부수가 177만5127부임에도 이보다 3만여부를 부풀린 180만6755부를 유료부수로 공표했다는 것이다.

ABC협회 김모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당시 조선일보 실무자가 ABC협회의 조사결과 부수가 조선일보 신고 부수의 80%대에 해당하면 입장이 곤란하다고 해 조사대상 지국의 구독료 미수 현황을 살펴 수치를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상 경향신문 보도)

1등 신문에 대한 집착은 광고시장의 환경변화에 기인한다. 정보로 무장된 제4권력이 장악한 신문 광고시장에는 그동안 원가나 적정가개념이 없었다. 켕기는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는 기업체의 광고주는 내 광고가 실리는 매체의 단가산출근거를 따져 볼 수도 조사해 볼 수도 없었다. 홍보 전략이나 노출 시기에 관계없이 까발릴 꺼리를 덮어주는 대가로 비싼 광고와 기사를 바터(barter)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많았다.

세월이 바뀌고 세상이 변했다. 언론 장사꾼에 대한 사회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점차적으로 신문광고는 강제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변해갔다. 공급자 주도의 시장에서 수요자중심의 자유경쟁시장으로 변화된 것이다.

변화에 대한 조선일보의 대응은 부풀리기였다. 성장이 제한된 오프라인시장에서 조선일보는 상생의 지혜보다 강자독식(winner-take all)의 지속 불가능한 마케팅수단을 택했다. 뻐꾸기시계로 시작해서 선풍기와 자전거로 경품판매가 진행되더니 요즘에는 백화점상품권에 현금봉투까지 나돌아 다닌다.(다큐멘터리-뉴스페이퍼맨)

신문시장이 이렇게 미쳐버린 것은 권력과 재력을 세습 받은 선택받은 사주들이 아예 모든 것을 다 차지하려는 '제로섬'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나는 진단한다. 줄어드는 밥상인줄 뻔히 알면서도 내 배를 채우겠다고 남의 최소 몫을 강탈하는 '불법판촉전쟁'은 함께 사는 지혜를 모르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습관이다. 암세포는 끝없이 자신을 복제하여 그 수를 늘리지만 결국 자신의 존립기반인 숙주를 파괴함으로 종말을 맞는다. 발행부수보다 품위와 콘텐츠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워싱톤-포스트나 뉴욕-타임즈는 애당초 조선일보가 닮고 싶은 모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민주주의라는 찌개는 김치와 양념이 잘 어우러져 보글거려야 한다. 김치나 된장만으로 요리를 하는 집에 손님이 꾀어들리 없다. 머지않은 장래에 종이신문은 노인복지용품으로 분류 될지도 모르겠다.

조선일보와 ABC가 합작하여 신문시장을 혼란케 한 행위에 대하여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 가장 도도한 얼굴을 하고 가장 비열한 짓을 하는 위선집단을 이 사회에서 몰아내야한다. 강제로 확장부수를 할당하는 판매제도와 일방적 지국계약해지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알거지로 쫓겨난 수십 명의 전 현직 조선일보 지국장들이 증언할 준비가 되어 있다.이마저도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이 정권은 아주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정권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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