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기도가 전면화, 노골화되고 있다. 진행속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것 같다. 체면이고 염치고 없어진지 오래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침이 없다. 전선은 이제 정연주 사장 강제 퇴진을 통한 ‘약한 고리’ KBS 장악을 넘어서 상대적으로 ‘강한 고리’인 MBC로 확산되고 있다. 주된 타격지점은 바로 눈엣가시였을 이다.

방식도 조야(粗野)하기 짝이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에 이은 법원에서의 심리가 진행중인데도 곧장 검찰이 뛰어들었다. 고소나 고발이 아니라 수사의뢰라는 편법적 매개과정을 거쳐서 검사 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만들어졌다. 재벌기업 삼성에 대한 특검팀도 검사 4명으로 구성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아무래도 이 찍히긴 단단히 찍혔나보다. 

이렇게 거칠게 밀어붙이다보니 무리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은 촬영테이프 원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너무 나간 것 같다. 담당 변호인은 말한다.

“영장을 요구하려면 명예훼손의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명예훼손 당했다’고만 주장할 뿐 고소를 한 게 아니다. 게다가 보도의 성격상 취재원인 당사자가 명예훼손 사실을 주장하지 않는 한 정부가 주장하는 명예훼손은 법적으로 성립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영장청구를 강행한다고 해도 자료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으면 영장주의에 위배되며, 외부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취재원의 보호라는 가치와도 부닥친다.”

요약하면 명예훼손의 객체가 모호할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검찰수사 자체가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부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검찰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대단히 난해한 법률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기준으로도 언론자유 침해가 분명해 보인다. 영장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버를 할까? ‘강한 고리’도 칠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는 무엇일까?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열기가 가라앉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아니면 어차피 꼼수 부려봐야 시간만 끌뿐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이판사판식 반응이다?

을 KBS로 돌려보자. 감사원과 국세청, 검찰이 총동원돼 정연주 사장 퇴진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사퇴압력을 받아온 신태섭 이사가 마침내 소속대학으로부터 해임되었고 남윤인순 이사도 사퇴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런 판에 신재민 문화부 차관의 초법적인 발언이 나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통령이 KBS사장의 임명권만이 아니라 해임권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이 해임권도 가질 수 있도록 현행 방송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무식한 것인가, 후안무치한 것인가. 촛불집회에 대한 대응과정의 고비고비마다 잘 나타났지만 현 정부는 대통령부터 그 수하의 참모들까지 범인(凡人)들의 일상적 습속(아비투스)과는 담장을 쌓고 살아온 외계인들처럼 보인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 최용익 새언론포럼회장·MBC논설위원  
 
종합하면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작전 1라운드가 ‘약한 고리’를 집중타격하는 것이었다면, 2라운드는 ‘약한 고리’ ‘강한 고리’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때려부수는 전면전 양상이다. 확전의 이유나 근거는 분명치 않다. 전체적으로 정치권력과 노조, 시민사회간의 대회전으로 국면이 전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아예 번호순으로 낙하산 사장들을 투하하고 있다. 아리랑 TV와 위성방송, 방송광고공사에 이어 YTN, EBS, 언론재단 순서로. 낙하산 인사들의 명단도 이미 다 알려져 있다. 

이 대회전의 ‘파국적 균형’을 깰 결절점은 오는 14일 있을 YTN 주총이 될 것이다. 어차피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공짜로 얻어먹은 점심은 나중에 2배, 3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스타로 떠오른 김인국 신부 말대로 결국은 “질긴 놈이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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