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의 피해 규모가 1조9228억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여러 언론에 실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8일 내놓은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그 근거다. 이 연구원은 이 피해 규모가 최대한 제한적으로 추정된 값이라며 촛불시위가 장기화 될 경우 치러야 할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이 7조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얼추 2조원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2%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이 이 보고서를 단순 인용하는데 그쳤을 뿐, 정작 그 적실성을 면밀히 검토한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먼저 이 보고서에는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이 1조3520억원, 공공개혁 지연에 따르는 비용이 5708억원으로 잡혀 있다. 이 둘을 더해서 국가적 손실이 1조9228억원이라는 이야기다.

또 이와 별개로 직접 피해 비용을 따로 계산하고 있는데 민주노총 파업에 따른 생산 손실이 356억원, 경찰 비용 등 공공지출비용이 585억원, 인근지역 사업체의 영업 손실 이 5417억원, 교통 관련 비용이 17억원 등으로 직접 피해 비용을 668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 국민일보 7월9일 2면.  
 
일부 언론을 이를 두고 국가적 손실과 직접 피해 비용을 더해 전체 사회적 비용이 2조5913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시위가 계속될 경우 사회적 비용이 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계산으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추정은 모두 근거와 논리가 터무니 없이 빈약하거나 최소한의 근거도 갖추지 못한 부분도 많다.

먼저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 1조3520억원은 2001년 이후 통계를 활용, 집회가 많을수록 경제성장률과 설비투자가 줄어든다는 추론을 근거로 올해 들어 집회가 늘어났으니 그만큼 손실이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세운다. 이 연구원은 집회 발생건수가 연간 자료밖에 없다는 이유로 노사분규 발생일수와 경제성장률, 설비투자 등의 상관관계를 계산한다.

그 결과 노사분규 일수가 설비투자 비중에 미치는 영향의 추정치는 -0.0086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근거로 노사분규 일수가 100% 줄어들 경우 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이 0.86% 증가한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같은 논리로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0.0041, 노사분규가 100% 줄어들 경우 GDP 성장률이 0.41% 증가한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 추정 결과 요약 ⓒ한국경제연구원.  
 
애초에 집회와 노사분규가 같다는 가정이나 노사분규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가정도 문제가 많지만 지난 7년의 통계를 기준으로 가뜩이나 여러 변수들을 감안하지 않고 노사분규와 성장률, 설비투자의 상관관계를 계산한다는 발상도 어처구니 없다.

이를테면 지난해 집회 발생건수가 14.8%나 급증했는데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설비투자가 각각 5.1%에서 5.0%로, 7.8%에서 7.6%로 줄어들었다는 사례를 근거로 든다. 그러나 과연 경제성장률과 설비투자가 줄어든 것이 집회가 늘어났기 때문일까. 이런 계산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불법시위가 모두 사라지면 늘어날 국내총생산은 3조7천억원, 설비투자는 7749억원이 된다는 가정을 끌어낸다.

"불법시위 모두 사라지면 GDP 3조7천억원 증가"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 1조3520억원은 이런 계산에서 나왔다. 61회의 촛불시위 가운데 불법시위가 42회, 이는 지난 7년 동안 연 평균 불법시위 114.6회의 36.6%에 이른다. 이를 연평균 국내총생산 감소 규모에 적용하면 국내총생산이 1조3520억원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온다. 같은 논리에 따라 설비투자 규모 역시 2836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공개혁 지연에 따르는 비용 5708억원은 아예 아무런 근거 자료도 없다. 나머지 직접 피해 비용 역시 과장되거나 근거가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5월 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촛불시위는 모두 61차례. 참석한 시민은 서울에서 48만2천여명, 전국 77만3천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병력은 서울에서 4420개 중대 39만7천여 전의경 및 경찰관, 전국 5384개 중대 48만4천여 전의경 및 경찰관이 동원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청 추산에 따르면 경찰 부상자는 중상 84명을 포함, 모두 459명에 이른다.

이 보고서는 경찰 비용을 569억원으로 잡고 있는데 1회당 13시간, 시간당 임금을 경찰관은 경사 15호봉 기준 1만7620원으로, 전의경은 1만273원으로 계산했다. 일상적으로 나가는 임금을 별도의 추가 비용으로 잡은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전의경의 시간당 임금 역시 터무니 없이 과장됐다.

전의경 시간당 임금이 1만273원?

한편 조중동의 광고 손실이 31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도 문제가 있다. 이 보고서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3사의 평상시 월 평균 광고수입과 광고 중단 압력 이후의 광고 수입과의 차이를 계산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광고 수입 감소를 사회적 손실로 볼 것인가 하는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구독자수 증가나 광고 수입 증가는 왜 계산하지 않았느냐는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인근 지역 사업체들 손실을 계산한 방식도 흥미롭다. 소공동과 을지로, 종로 1·2·3가에 위치한 2만6603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공동지역의 업체는 39회의 불법 촛불집회로 274억원, 22회의 합법 촛불시위로 인해 139억원, 총 41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을지로지역은 39회의 불법 촛불집회로 1,268억원, 22회의 합법 촛불시위로 인해 644억원, 총 1,912억원의 영업손실, 종로지역은 39회의 불법 촛불집회로 2051억원, 22회의 합법 촛불시위로 인해 1041억원, 총 3092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추정 방법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소공동에 위치한 음식숙박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상 업체의 60.2%가 손해를 입었고 평균 손실액이 51만원으로 응답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평균 손실액을 31만원으로, 시위 1회당 비용을 2억원으로 잡은 다음 불법시위 39회를 감안, 이 지역 음식숙박업의 피해가 79억원이라는 계산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설문조사의 표본이나 그 오차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고 업체들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촛불시위가 집중적으로 열렸던 세종로 사거리나 시청 앞 광장과 거리가 먼 종로지역 피해가 가장 크다는 사실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그나마 교통 혼잡 비용을 계산한 부분이 좀 구체적인데 전면 통제의 경우 주야간은 1시간당 약 611만원, 심야 시간대는 1시간당 약 117만원의 교통관련 불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분 통제의 경우는 주야간은 1시간당 약 153만원, 심야 시간대는 1시간당 약 27만원의 교통관련 불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통 혼잡 비용은 모두 17억원에 이른다.

"직접 설문조사한 것은 아니다… 변수 선정은 연구자 판단에 따른 것"

보고서를 쓴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업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지난해 2월에 나온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의 논리를 원용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조 연구위원은 노사분규 일수와 국내총생산의 상관관계를 기준으로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을 계산한 것과 관련해, "단순히 노사분규 일수만 계산한 것이 아니라 다른 변수들도 충분히 감안했다"면서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변수를 선정하느냐는 연구자마다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조 연구위원은 일부 언론이 국가적 손실과 직접 피해 비용을 더해 계산한 것과 관련해서는 "궁극적으로 직접 피해 비용이 국가적 손실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합쳐서 계산해도 큰 문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래는 합쳐서 보고서를 썼는데 일부에서 비판이 있어서 따로 발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의경 시간당 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계산한 것과 관련해서는 "기회비용 개념인데 밤새 푹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 아침에 정상적인 치안업무를 할 수 있겠지만 밤새 촛불시위에 붙들려 있으면 그만큼 비용이 들어간다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인근 지역 사업체 손실을 계산한 설문조사와 관련해서는 "직접 설문조사를 한 건 아니고 지난해 KDI 보고서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촛불시위 일수를 감안해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엉터리 가정과 황당무계한 논리도 문제지만 이 보고서의 더 큰 문제는 애초에 집회와 시위의 사회적 비용을 계산하면서 정작 시민들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의 부재에 있다. 필요하다면 사회적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 보고서는 비용을 고민하면서 정작 그 비용을 들여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