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자사의 기자와 자사소유 건물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게 "폭도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조선 노조는 27일 저녁 '언론에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시위대의 야만을 규탄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조선닷컴 메인화면 머리기사로 띄워져 있다.

조선 노조는 지난 25일 밤 △자사 이광회 기자가 시위대에 억류되고 △26일 밤에 발생한 채승우 사진기자와 동아일보 변영욱 사진기자의 폭행사건 △시위대가 신문사 기물 파손하는 걸 말리는 시민을 폭행한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이쯤 되면 건전한 시위대라기 보다는 폭도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 27일 11시59분 현재 조선닷컴 홈페이지 메인화면.  
 
조선 노조는 "촛불 집회가 폭력 시위의 양상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조선일보는 법질서를 무시하는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해왔다. 그런데 자신들의 시위를 다른 시각에서 보도한다고 해서 특정 신문사의 기자에게 린치를 가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타인의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폭력으로 짓밟는 시위대가 과연 민주주의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조선 노조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며 "마찬가지로 헌법은 언론의 자유 역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일부 시위대는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를 물리적 폭력으로 막으려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조선 노조는 "자신들의 주장만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순간, 사회는 아비규환으로 변하고 민주주의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며 "반지성적이고 비이성적인 취재기자에 대한 폭력행사를 당장 중단하고, 취재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 아울러 스스로 공권력이기를 포기한 것처럼 불법 폭력시위를 방치해온 경찰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해 흔들리고 있는 법치주의의 기본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조선 노조의 주장에 대해 "시위대를 적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 "언론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조가 수많은 시민들로 비판을 받고 있는 자사 보도태도에 대해 그 원인을 되짚어 보는 자세 없이 시위대에 대한 정면 비판을 한 것, 이를 조선닷컴에서 톱기사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향후 어떤 후속 대응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선 노조가 언론자유에 대해 설파한 내용은 맞는 말이지만 이미 조중동은 언론이 아니다"라며 "시위대를 공격하기 이전에 스스로 언론사인지, 기자인지, 사주의 하수인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조선일보 노조가 27일 저녁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언론에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시위대의 야만을 규탄한다'

지난 25일 밤 조선일보의 이광회 기자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시위대에 붙잡혀 1시간 가까이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이 기자는 취재 중에 기자라는 신분을 밝혔음에도 시위대 수백 명에 둘러싸여 발길질·주먹질 세례를 받았다. 26일 밤에는 동아일보의 변영욱 사진기자가 시위대에게 카메라를 빼앗기고 폭행 당해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같은 날 밤 조선일보 채승우 사진기자가 취재 도중 시위대가 던진 유리병에 맞아 얼굴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2008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문사 기물을 파손하는 것을 말리는 시민을 시위대가 집단 폭행하고, 그 시민을 구출하려는 다른 시위 참가자까지 구타하는 현실이다. 이쯤 되면 건전한 시위대라기보다는 폭도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폭력을 서슴지 않는 일부 시위대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다음 세대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심각하게 자성해봐야 한다. 촛불시위 초기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시위의 폭력화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촛불집회가 폭력 시위의 양상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조선일보는 법질서를 무시하는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해왔다. 그런데 자신들의 시위를 다른 시각에서 보도한다고 해서 특정 신문사의 기자에게 린치를 가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타인의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폭력으로 짓밟는 시위대가 과연 민주주의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을 동원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돼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헌법은 언론의 자유 역시 보장하고 있다. 신문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현상을 현장에서 충실하게 보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런데 왜 일부 시위대들은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를 물리적 폭력으로 막으려 하는가?

언론의 자유는 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자.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포용하고 용인할 수 있는 지에 따라 한 사회의 성숙도가 판가름 난다. 다른 사람의 알 권리, 기자가 취재할 자유를 위협하는 사람들은 언론의 자유를 논할 자격이 없으며, 자신들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자격도 없다.

이 세상에 자신들의 목소리만 옳다고, 자신들의 주장만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순간, 사회는 아비규환으로 변하고 민주주의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주장과 이념이 존재해야 건강함을 지킬 수 있다. 한 바퀴 만으로 사회가 굴러갈 수는 없다.

조선일보 노조 조합원들인 기자들은 물리적 폭력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정도를 걸을 것을 다짐하는 한편, 일부 시위대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 반지성적이고 비이성적인 취재기자에 대한 폭력행사를 당장 중단하고, 취재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 아울러 스스로 공권력이기를 포기한 것처럼 불법 폭력시위를 방치해온 경찰에도 엄중 요구한다. 경찰은 매일 밤 서울 도심을 무정부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해 흔들리고 있는 법치주의의 기본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2008년 6월27일 조선일보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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