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시민사회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25일  오전 11시30분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위)는,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일보가 날조 왜곡기사로 공영방송 지키기에 나선 시민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내고 법적 소송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문제 삼은 보도는 조선일보 24일자 10면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민언련은 기자회견에 앞서 24일 논평을 내어, 이 기사가 “사건의 맥락을 왜곡하고 사실을 날조했다”고 비판했다.

   
  ▲ 6월24일자 조선일보 10면 보도  
 
지난 23일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40대 여성을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이 집단폭행한 사건을 전하면서 △‘촛불시위대’가 평화롭게 구호를 외치고 농성 중이던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욕설과 협박’을 퍼붓고, 이를 말리는 경찰에게는 위협을 가한 것처럼 작문했고, △1인 시위를 하다 폭행당한 여성에 대해서도 ‘한편, 이날 오후 보수단체 회원과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로 주먹다툼을 벌여,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며 일방적인 테러를 ‘주먹다툼’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25일 기자회견장에서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도 이 기사에 대해 "폭력 난동 세력을 피해자로, 평화적 시위를 벌인 시민을 가해자인양 쓴 왜곡 날조 보도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김순기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시민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거론하며 “이미 국민들도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빠져나오는 것”이라며 “거의 공황상태에 빠져든 조선일보가 앞 뒤 안 가리고 저지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 민언련은 25일 조선일보사 앞에서 24일자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위 조직팀장은 기자들을 향해 현 정국을 단순히 '진보-보수 충돌'로 표현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안 팀장은 “이게 어떻게 충돌인가? 폭력이다. 그들이 어떻게 보수인가? 신관변어용폭력단체라 불러야 한다. 이건 폭력과 비폭력의 문제이다. 보수-진보 충돌 아니다. 우린 폭력 행사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회견장에는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권철 언론노조 사무처장 등도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 전문이다.

조선일보의 날조·왜곡을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조선일보가 날조·왜곡기사로 공영방송 지키기에 나선 시민들의 명예를 훼손했다.
23일 여의도 KBS 앞에서 ‘공영방송 지키기’ 1인 시위를 하던 여성이 이른바 ‘보수단체’ 회원 수십 명으로부터 폭행당했다. 이들 ‘보수단체’ 회원들은 폭행을 말리던 시민들까지 폭행해 3명의 시민이 부상을 당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피해자가 붙잡아 넘겨준 가해자를 풀어주는 등 폭행을 방관함으로써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편 ‘보수단체’가 버리고 달아난 트럭 안에서는 각목과 쇠파이프, 톱 등이 발견돼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24일 조선일보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완전히 뒤바꾼 날조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촛불 900명’, ‘보수 20명’에 “죽이겠다” 협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촛불 집회에 참여한 수 백 명의 시민들이 이른바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폭언과 협박을 퍼부었다고 썼다. 또 경찰이 이를 말리자 경찰에게도 욕설과 위협을 가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했다. 1인 시위 중에 날벼락 같은 집단폭행을 당한 여성에 대해서는 “보수단체 회원과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로 주먹다툼을 벌여,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며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한 일방적인 테러를 ‘주먹다툼’으로 왜곡했다.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악의적인 날조·왜곡이다. 일찍이 조선일보가 ‘작문’에 능한 신문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광우병 말바꾸기’로 범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이와 같은 악의적 날조·왜곡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아울러 우리는 국민들이 벌이고 있는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등으로 인해 조선일보가 얼마나 초조한 상태인지를 거듭 확인하게 되었다.
조선일보가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이미 조선일보는 ‘광우병 말바꾸기’와 촛불집회 왜곡보도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조선일보가 아무리 촛불을 든 시민들을 음해하고 매도하는 보도를 쏟아낸다 해도 이제 조선일보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듣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온갖 방법으로 정당한 언론소비자 운동을 탄압하고 날조·왜곡보도로 시민들의 촛불을 꺼보겠다는 조선일보의 행태가 국민의 공분을 키울 뿐이다.
조선일보는 눈앞의 위기를 왜곡과 날조로 넘어가보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려라. 국민들이 왜 조중동 심판에 나섰는지 그 원인을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라. 그리고 지금이라도 조선일보가 ‘가해자’로 둔갑시킨 피해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라. 그렇지 않으면 조선일보의 미래는 없다.

조선일보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계속될 것이다.

2008년 6월 25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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