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누리꾼에 대해 법무부·검찰·경찰·방송통신위원회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수사에 들어가자 누리꾼들이 “나도 잡아가라”며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정부·보수언론과 누리꾼 사이에 정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대검찰청과 법무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법무부장관의 수사 지시 이후 연일 “내가 협박했다” “자수하겠다”며 24일 밤 10시 현재 항의성 글 3000여 건을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누리꾼 조중동 광고불매” 조중동 반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주부대상 요리사이트 82쿡닷컴 회원 등 누리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조중동의 편파·왜곡보도태도에 항의하면서 지난달 말부터 ‘광고기업 불매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나가자, 조선일보가 지난 12일 82쿡닷컴에 경고 공문을 보내면서 누리꾼의 본격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조선에 이어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도 지난 18일 기업 광고활동 방해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포털사이트에 보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은 누리꾼의 광고중단 요구 글을 삭제해달라는 동아일보 요청을 받아들여 일부 글에 대해 접속을 차단했다.

▷칼 빼든 검찰·조중동= 검찰은 지난 20일 “인터넷을 매개로 기업에 대하여 무분별하게 광고를 중단하도록 위협하는 행위 등을 단속”하라는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따라 전국 검찰청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에서 일제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23일엔 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불법행위 엄단 방침을 재확인하는 등 연일 초강수를 두고 있다. 대검찰청 오세인 대변인은 24일 “현행법에 어긋나는 게 분명하고 도저히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며 “특정매체를 옹호하기 위해 하는 수사는 절대 아니며 죄없는 기업을 상대로 광고중단 협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지난 23일 다음 카페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에 대해 폐쇄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경영기획실장 명의로 다음 측에 보냈다고 밝히는 등 정면대응에 나섰다. 앞서 조중동은 지난 18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연일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일부 좌파세력의 조직적 공세”(동아 19일자)에 의한 “영업방해” “광고압력” “광고테러”(조선 중앙) “시장경제 흔들기” “사이버폭력”(동아) 등으로 규정하면서 연일 누리꾼 ‘사법처리’ 공세를 펴왔다.

▷정치권 반발 “조중동이 수사하러 시켰나”=최문순 김재윤 이미경 우윤근 등 통합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본부 소속 의원은 24일 오후 2시 김경한 법무부장관을 만나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에 대한 사법처리에 관해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소비자 운동 침해”라며 “조중동이 시켜서 한 것 아니냐. 2005년 말 황우석 사태 때 MBC <PD수첩>에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땐 왜 수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져묻는 등 검경의 강경 대응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광고업체의 피해가 있어 소비자 운동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직접 처벌여부는 알아보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최문순 의원은 이날 “결과적으로 볼 때 검찰이 특정언론(조중동)을 편들기 위해 공권력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법조계·소비자단체·누리꾼 반응=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출신의 금태섭 변호사(법무법인 퍼스트)는 24일 “내가 알기로 전국검찰이 나서서 여러 개인(누리꾼)을 인지수사 하겠다고 나선 전례가 없다”며 “개인은 특정 신문에 대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대하고 항의하는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데, 전시도 아닌 평시에 검찰이 수사권을 동원해 형사적 제재까지 하겠다는 것은 위험하며 공권력 남용의 소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법학과)는 24일 오후 민주화실천 변호사모임이 연 ‘광고불매운동과 광고중단요구, 과연 불법인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소비자 운동의 가장 중요한 통신기반이자 언론·표현의 자유의 물적기반에 대한 제도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숭실대 윤철홍 교수(민법 전공)는 “법적 책임을 물을 만한 현격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겠지만 소비자들이 광고중단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녹색시민권리센터 본부장도 “신문구독과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행위 모두 소비행위이므로 특정신문을 비판하고 광고주를 압박하거나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 모두 소비자행동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한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소속 약사 1000여 명은 지난 23일 논평을 내어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하는 제약회사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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