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평가한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가 21일 발표됐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이번 추가협상의 핵심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무기한 수입금지 하겠다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 농무부의 품질시스템평가(QSA;Quality System Assessment) 프로그램에 따라 이 프로그램의 인증이 없는 미국산 쇠고기는 전량 반송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쇠고기를 수출하려는 미국 수출작업장은 수출 위생증명서에 QSA 증명을 표기해야 한다. 만약 이 표기가 누락된 경우 전량 반송된다.

   
  ▲ 외교통상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정운천 농수식품부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30개월 미만이라도 회장원위부와 편도 뿐만 아니라 머리뼈와 뇌, 눈, 척수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모두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극찬에 극찬을 마지 않는 것과 달리 국민들이 이번 추가 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5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구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력 추적이 안 되기 때문에 이빨 감별만으로는 연령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확인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이미 농림수산식품부도 알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농림부의 미국 쇠고기 수출작업장 특별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 감별은 대부분 이빨 감별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한 작업장의 경우 이빨 감별 직원이 총 2명뿐이어서 예비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빨 감별의 오차 범위는 1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유럽, 일본과 달리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 추적이 가능한 소가 전체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금지 또는 2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품질시스템평가 프로그램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축장이 자발적으로 도입해 시행할 경우 미국 농무부 심사과가 연 2회 현장 점검을 통해 이를 인증해 주는 방식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광우병 대책회의는 성명을 내고 "민간자율방식으로 운영되는 품질시스템평가 프로그램으로는 월령 판정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수출증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시민들이 21일 밤 10시반께 '국민토성'을 쌓고 전경차량에 올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내장이나 등뼈는 수입하기로 돼 있고 특히 내장의 경우, 끝 부분인 회장원회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뇌와 눈알, 머리뼈 등은 애초에 먹지 않는 부위고 문제는 곱창으로 쓰이는 내장이다. 국민대책회의는 십이지장부터 직장까지 내장 전체와 장간막, 그리고 등뼈 등을 수입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은 아니지만 선진회수육이나 사골, 꼬리뼈, 혀 등도 여전히 수입이 허용된다. 선진회수육이란 기계로 뼈 주위를 갉아내 얻은 고기를 말하는데 이 과정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머리뼈나 척추 등의 뼛 조각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선진회수육의 학교 급식 사용이 금지돼 있다. 티본 스테이크와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등도 여전히 수입 대상이다.

넷째,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섞여 들어왔다는 사실이 발견됐을 때도 해당 작업장의 작업 중단을 요구할 수 있을 뿐, 다른 작업장을 포함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중단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애초에 전수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적발될 경우 좀 더 엄격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도 국제수역사무국(OIE)가 등급을 바꾸지 않는 이상 즉각적인 수입중단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점도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다섯째, 머리뼈나 등뼈 등 뼛조각이 일부 발견되더라도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도 치명적이다. 이날 발표문에는 "미측은 2006년 우리측이 뼛조각을 이유로 전량 반송하여 양측간 신뢰가 크게 손상된 사례가 있음을 들어 극소한 머리뼈의 조각 또는 미량의 척수 잔여조직이 발견되는 경우 전레와 같은 반송조치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제기함에 따라 이러한 내용을 고시에는 반영하지 않되 검역지침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조그만 뼛조각은 따지지 말고 그냥 먹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신뢰를 위해 정작 국민들의 우려를 무시한 셈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미국 도축장에 대한 승인과 취소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 4월 협상 때 이를 다 넘겨줬다"면서 "이번에 일부 보완되긴 했지만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얻었다고 하는 현지 작업장 점검권은 일부 표본조사의 작업장 조사권일 뿐 그 작업장을 조사해서 중대한 문제를 발견해도 작업장 취소나 검역중단을 할 수 없다"면서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광우병 대책회의는 "추가협상으로는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음이 명확해졌다"면서 "오직 협상무효, 전면 재협상만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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