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감사원, 교육부 등 국가기관이 KBS를 정조준하고 있다.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위해 보호막이 돼야 할 KBS 이사회마저 역설적으로 정치권력의 편으로 기운 모습이다. 유재천 이사장이 KBS 이사회로 와서 가장 먼저 한다는 것이 ‘보도본부장 징계’ 추진으로 비치는 것은 기대를 저버린 행태로 비판받게 될 것이다.

   
  ▲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검찰, 감사원은 정연주 KBS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공영방송 지키기’를 위해 나선 시민들은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를 규탄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물증이다. 국가기관이 사장 몰아내는데 겉으로는 합법적 방법을 강구하는데 비해 보도본부장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곳은 바로 KBS 이사회다. 명목은 ‘이사회 관련 KBS뉴스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KBS 이사회는 17일 오후3시 임시이사회를 열어 ‘9시 뉴스 왜곡보도에 관한 인책 건’을 안건으로 다루기로 했다고 한다(경향신문6월17일). 이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KBS 이사의 말을 인용하여 “최근 이사회를 다룬 KBS 뉴스9의 2가지 보도가 문제가 있는데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이 본부장 해임권고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여기서 이사회가 문제삼은 2 가지 보도란 지난 5월15일 ‘신태섭 KBS이사 사퇴 압력’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것이다. 첫 번째 내용은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퇴권고안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보도했지만 이사회측은 “당시 정사장에 대한 사퇴권고안이 아니라 KBS의 제반 현안을 논의했기 때문에 이 보도는 오보”라는 주장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지난 5월26일 2007년도 KBS 경영평가 결산 내용을 보도하면서 “KBS에 대한 외부 경영평가 위원회의 경영평가서에 KBS 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이사회가 이례적으로 첨부했다”는 한 외부경영평가위원의 발언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KBS는 “이사회가 첨부한 내용은 외부 경영평가위원회가 동의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위원의 인격권을 침해했으므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사회는 “이사회가 마치 월권을 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보도책임자에 대한 징계논의에 착수했다고 한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과연 이런 사안으로 KBS 이사회가 보도본부장을 징계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여 논의할만한 정당성과 적절성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오히려 이사회가 부당하게 편집권을 침해할 요소는 없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데는 적어도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일의 순서와 절차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에서 ‘오보’ 혹은 ‘편파보도’라고 주장하는 2 건의 보도는 모두 이사회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중재위원회나 법원으로부터 오보판정이 난 것도 아닌 일방적 주장을 기초로 해당 보도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둘째 KBS 이사회도 논란의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공정성을 유지할 수 없어 이번 사안으로 징계를 내릴 위치에 있지 않다.

문제의 보도에 대해 KBS측 주장과 이사회 쪽 주장은 서로 맞서있으며 이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권위를 지닌 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 이해당사자가 주관적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을 근거로 징계를 가하게 되면 우월적 지위의 남용으로 심각한 편집권 훼손행위로 비판받게 될 것이다.

셋째 설혹 보도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이사회가 직접적 징계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와 왜 직접 보도한 취재기자, 부장보다 보도본부장이 직접적이고 가장 중대한 징계대상자가 돼야 하느냐는 점이다.

이사회의 주장처럼 오보를 했다고 해서 보도본부장을 징계하는 식이라면 어느 보도본부장이 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언론계 중대한 오보의 경우도 대부분 취재기자가 일차적 책임을 지고 국장이나 본부장은 도덕적 책임 정도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만 가지고 KBS 이사회가 보도본부장 징계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다. KBS 이사회 스스로 존재이유를 반문해보기 바란다.

KBS는 그동안 각종 미디어 평가에서 신뢰도 1위를 유지해왔다. 과거 편파방송, 불공정보도 때문에 ‘KBS 시청료 거부운동’까지 겪었던 공영방송의 눈부신 발전은 구성원과 사회전반적 민주주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권력의 힘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방송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잃게 된다. KBS 이사회가 공영방송 지킴이의 보루가 될 것인지, 낙하산 인사들의 권력눈치보기의 전위대가 될 것인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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