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언론소비자 운동에 나선 주부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 위협을 가하다 ‘아줌마의 힘’에 밀려 역풍을 맞고 있다. 조선일보 AD 본부장은 최근 주부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사이트인 ‘82cook.com’에 공문을 보내 ‘광고주 압박’ 행동 자제를 촉구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82cook'는 주부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사이트로 광우병 문제가 쟁점이 된 이후 편파 왜곡 보도 주범으로 지목된 조선․중앙․동아 일보에 광고를 낸 회사를 상대로 항의전화를 하는 등 적극적인 소비자 운동을 펼쳤다.

   
  ▲ '82cook.com' 관리자가 인터넷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공지한 조선일보 공문.  
 
조선일보는 ‘82cook' 운영자에 항의 공문을 통해 “신문사와 광고주에 대한 이 같은 전대미문의 테러는 정당한 경제활동을 하는 신문사와 광고주의 권리를 짓밟는 명백한 폭력행위이며 심각한 범죄”라며 이를 관리 감독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러한 행위가 언론에 알려지자 주부들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법적 대응 위협을 가했던 ‘82cook' 회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김혜경 ‘82cook' 대표는 “우리 회원이 11만 명 정도인데 (조선일보 공문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 3일 만에 4500명의 회원이 늘어났다”면서 “(공문 때문에) 회원들의 글을 삭제할 생각은 없다. 조선일보가 피해를 봤다고 하는 근거를 제시하면 법적 판단을 지켜보고 이를 준수할 생각은 갖고 있다” 고 설명했다.

   
  ▲ 16일 '82cook.com' 인터넷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  
 

김혜경 대표는 “저희 회원들 중에서 남편이 변호사인 분도 있는데 이런 분들이 도와주고 계시다”면서 “회원들의 행동은 어머니 스스로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특정 신문을 없애려고 시작된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 공문은 유감스럽다. 오히려 (비판여론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선일보 대응 소식을 보고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뻥바기’라는 아이디의 회원은 “정치이념을 떠나, 생활의 문제인 소고기 문제를 정부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저런 신문들은 주부들의 손으로 퇴출시키는 게 우리 자녀들의 건강과 식탁의 안전에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인의 향기’라는 아이디의 회원은 “대한민국 아줌마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주자. 우리들의 먹을거리는 우리가 지키자. 솔직히 먹는 것 같고 장난 치는 게 전 제일 싫다. 사랑하는 우리가족들의 건강을 우리가 안 지키면 누가 지키나. 오늘 조선일보 기사보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법적 대응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병풍'역할을 자임하며 촛불민심을 왜곡한 조선일보의 행태로 볼 때 ‘82쿡닷컴’을 비롯한 누리꾼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의사표현을 한 것은 정당한 소비자운동이며, 물리력을 동원한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업무방해를 핑계로 정당한 소비자운동에 민․형사사상 책임을 묻는다면, 진보신당 역시 정당한 소비자운동을 방해하는 조선일보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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