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미디어의 취재 접근방식과 보도양식에 새 바람을 일으키면서 우리 언론사에 새로운 장을 기록하고 있다.

기성 세대는 이름조차 생소한 포털 ‘다음 아고라’가 여론 형성과 오프라인 상의 시민 참여의 동력원으로 작용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고, 다종 다양한 1인 미디어 등이 기성 언론이 포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생생한 동영상과 온라인 상으로 실시간 중계하면서 기존 미디어가 이를 따라가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 6·10 항쟁 21주년인 10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린 ‘100만 촛불 대행진’에 참가한 50만명(주최측 60만 경찰측 추산 10만)의 시민·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촛불을 밝혀 장엄한 ‘촛불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동영상, 인터넷 생방송 등 이들 미디어의 위력은 6·10 민주항쟁 21돌인 10일 ‘100만 촛불대행진’보도에서 절정을 이뤘다. 이처럼 이들이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여론을 주도하자 종이신문들도 뒤따라 인터넷 생방송과 동영상 촬영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종이신문 시장에서 시장지배력과 의제설정력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이 1인 미디어가 형성하는 여론의 물줄기를 뒤집지 못하자 뒤늦게 논조를 바꾸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새벽 강제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여대생의 동영상을 찍은 쿠키뉴스 보도는 ‘촛불‘집회를 확산시키고 민심을 이반시키는 데 기폭제 구실을 했다. 이후 경찰과 시민의 출동 가능성이 높은 현장마다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1인 미디어가 떼를 지어 몰려들고, 집회 단순참가보다 ‘기록자’로서 활동하려는 이들이 늘어났다. 기성 언론이 떠나간 자리에도 이 같은 1인 미디어와 실시간 동영상 방송중계가 국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디지털 시민 저널리즘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탓인지 지난달 29일부터 촛불집회 동영상을 온라인에 싣기 시작한 경향신문은 10일 네이버의 플랫폼을 이용해 6·10 촛불집회 생중계에 나섰다. 장원수 온라인뉴스센터 팀장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기자들이 한 손엔 노트북, 다른 손엔 캠코더, 목에는 디지털 카메라를 걸고 현장을 뛰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며 “어떻게 보면 누리꾼보다 한 발 늦게 기자들이 변화를 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아프리카(www.afreeca.com)와 제휴해 지난달 31일 촛불문화제 현장을 생중계하는 시도를 하는가하면, 10일자 보도에선 메신저 채팅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실은 데 이어 한겨레21은 다음 아고라 게시판을 통해 촛불집회의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의 ‘아고라인들이 청와대에 말한다’는 기획을 지난 9일부터 내보내고 있다.

디지털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웹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1인 미디어들은, 마감 시간에 제한을 받는 데다 정형화된 기사문체에 빠진 이들 올드미디어들이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웹캠이 장착된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집회 장면을 생중계 하는 전문 BJ(Broadcasting Jockey)와 같은 ‘1인 미디어’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스타로 떠오르고 , 보도와 동시에 쌍방향 의견 교환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공론장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 블로거 정광현(35)씨는 “주류 언론이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니, 우리도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디지털·인터넷 기반으로 시민저널리즘도 현실 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BJ로 이번 촛불집회 생중계를 해 온 유영기(33)씨는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기존 미디어가 해주지 못하고 시민들이 목말라하는 부분을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진짜 미디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인터넷 생중계에 하루 밤에 수십 만 명이 접속하고 인터넷 여론이 기존 전통 언론의 ‘뉴스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생중계로 주가를 높인 오마이뉴스는 10일 현재 1억4천만원의 자발적 시청료 수익을 거두기도 했으며, 1인 미디어의 경연장이 되다시피한 아프리카에는 지난달 말부터 6월초까지 1주일 새 400만 명의 시청자가 몰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경배 경희대 엔지오학과 교수는 “보수 언론들이 변화무쌍한 누리꾼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며 “특정 언론매체가 갖는 귄위의 시대가 끝나가는 조짐”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움직임이 과거 민주화시위나 안티조선 차원이 아닌 탈이데올로기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언론사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선, 중앙과 같은 언론사의 편집국 간부들조차 “다음 아고라가 편집국 주인 같다”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조중동문이라는 보수언론의 영향력과 지위의 약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고, 실제 이들은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실제 신문방송 겸영과 미디어 복합기업으로 전환하는데 기존 권력의 헤게모니 블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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