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의 정연주 사장 사퇴 촉구 운동에 역풍이 불고 있다. 먼저 내부적으로는 본부 산하 지부의 반발이 거세다. KBS본부 부산시지부(지부장 김병국)는 지난달 30일 발행한 부울노보에서 “KBS본부노조는 내부와의 분쟁을 그만두고 공영방송 수호투쟁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시지부는 KBS본부를 향해  “과연 ‘쟁취! 민주언론!’이란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을 때 우리와 어깨를 걸어줄 사람이 누구인가. 지금 우리들 주변에 누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부산시지부는 “사장에 대한 막연한 염증에 기대어 현재의 판을 무책임하게 뒤집을 생각을 하지 말길 바란다”며 “언론노조 조합비도 납부하고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KBS본부가 지난 4월말부터 전개한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 서명운동에 부산시지부장, 경남도지부장이 서명 참여를 거부했고 충북도지부에서도 서명운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청주·창원시지부도 KBS본부 노조에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며, 본부 간부 2명은 지난달 27일 정 사장 퇴진보다 방송 장악 저지 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사퇴 후 현업에 복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능단체들의 움직임과 외부 상황도 만만치 않다. KBS PD협회(회장 양승동)는 지난달 29일 긴급총회를 열어 KBS본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이날 총회 결의문에서 “공영방송 KBS에 닥쳐있는 전방위적인 위기 상황에서 KBS 노동조합의 대응이 대단히 미흡하다고 판단한다”며 “KBS를 향한 정권의 압박을 뒤로 한 채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에만 몰입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즉각 ‘공영방송 KBS 지키기’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KBS기자협회와 경영협회 등 다른 직능단체들도 KBS본부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출신 전·현직 중견언론인 모임인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 MBC 논설위원) 집행부 역시 지난달 27일 성명에서 “KBS노조는 정부에서 획책하고 있는 ‘정 사장 퇴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깨닫고 방송장악 반대투쟁에 나서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KBS본부는 지난달 30일 자사 이사회 관련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승규 본부장은 3일 “(반발하는 지부와 PD연합회 등 직능단체는) 본부 출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KBS노조에 애정이 없는 조직”이라며 “말없는 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후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 운동을 어떻게 진행해 나갈 지에 대해서는 4일 비대위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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