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한국 국민 과학 더 배우라'는 대국민 모욕에 대해 한국의 두 과학자들이 오히려 버시바우 대사에게 과학적 진실이 무엇인지 한 수 가르쳐주겠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조목조목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을 중단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전달받은 버시바우 대사가 3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과학적 사실들에 대해 한국민들이 더 배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경과 전문의 '난바다' 아고라 게시판에 "과학? 버시바우 입 다물라"

이날 저녁 다음 아고라 토론방 게시판엔 자신을 신경과 전문의라고 밝힌 한 현직 의사가 '버시바우, 그 입 다물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4일 11시50분 현재 15만5000회의 조회수와 2만6000여명의 추천건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 현직 신경과 전문의라는 아이디 '난바다'씨가 다음 아고라 토론게시판에 올린 글.  
 
아이디 '난바다'를 쓰는 이 전문의는 "버시바우 당신 보다는 내가 과학에 대해선 좀 안다"며 "당신보다 과학을 좀 더 아는 내가 생각하기에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밝힌 뒤 그 이유에 대해 '한수 가르쳐주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예전에 CJD(크로이츠펠트-야콥 병, 인간프리온병)에 걸렸던 자의 뇌수술 도구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CJD가 감염된 예가 보고 되었다. 이후에 현재의 소독법이 알려질 때까지 한동안 CJD 환자를 수술했던 수술도구는 다 땅에 파묻어야만 했다…당시 소독을 거친 뒤에도 뇌수술 도구에 미세하게 묻어있던 프리온이 수술 과정에서 감영돼 발병한 것이다. 이는 극소량의 프리온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종간장벽이 있어서 많이 먹지 않으면 광우병 걸릴 확률이 낮다'는 미국과 한국정부의 주장에 대해 '난바다'씨는 "이런 괴담 퍼뜨린 게 너냐"며 "영국에서는 그 종간장벽을 넘어 쇠고기 먹고 환자가 발생했다. 여기서 과학적 결론이란 ‘종간장벽이 있으니까 아마 많이 안 먹으면 괜찮을 거야’가 아니고 ‘종간장벽이 있다고 해도 감염된 예가 있으니까 안전이 먼저 증명되어야 해’이다. 과학은 이런 것"이라고 했다.

"과학 한 수 가르쳐주마…소 많이 안먹으면 된다? 영국의 사례는"

그는 이어 "프리온의 감염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고, 발생율이 낮다고 해도 그 병이 100% 치사율을 보이는 무서운 병이라면, 치료법은 없지만 확실한 예방법이 있다면 과학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한국인 광우병 감염가능성과 관련해 'Kuru'를 들어 "친족의 시신을 먹는 관습이 있는 파푸아뉴기니 제도의 포레족에서 인간 프리온 병이 대량 발생했는데 병에 걸린 뇌를 먹고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어떤 이가 추적 연구하다가 살아남은 사람의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의 129번 코돈이 'MV'이며, 연구를 더 넓혀보니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의 129번 코돈이 몽땅 'MM'이었다. 서양인의 40%를 차지하는 MM형이 한국사람에서는 94% 가량 나타난다는 사실에 대해 과학적 추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한국 사람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다른 인종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여야 하고, 위험관리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게 과학적이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미국의 사료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영국이 광우병 발생을 줄일 수 있었던 건 모든 종류의 동물성 사료를 완전히 금지시키고 나서였다"며 "당신네 나라(미국)은 어떻게 하나. 동물성 사료의 8%만 금지하고 있다. 30개월령 이하의 소는 주저앉는 소라도 모두 사료로 사용가능하다고 돼있다. 소의 전체 특정위험물질(SRM) 40kg 중 0.6kg인 뇌와 척수만 제외하면 나머지 34kg의 SRM은 사료로 만들어져 가축과 인간의 먹거리 사이를 돌아다니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동물성 사료 완전 금지가 과학적이냐, 사료로 쓰는 미국이 과학적이냐"고 꼬집었다.

"1000마리중 1마리 검사, '광우병 없다' 우기는 게 과학?…한국과학은 촛불시위 현장에"

미국의 도축검사 비율에 대해서도 그는 "천마리 도축하는 소 중에 딱 한 마리 검사해놓고 광우병 없다고 우기는 게 과학이냐"며 "999마리의 소 중에 광우병 소가 없다고 어떤 과학으로 보장할래"라고 비판했다.

이 전문의는 마지막으로 "과학도 입장이 있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 국민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은 오늘 촛불집회 현장에 나가있다.…과학 운운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 다시 오면 안되겠니."

한편,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도 4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과학을 배워야 할 사람은 바로 버시바우 당신">이라는 글을 통해 버시바우에게 한 수 가르쳤다.

   
  ▲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이 4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  
 
박 국장은 2007년 〈일반 바이러스학 저널(Jounal of General Virology 88, pp1048~1055)>에 게재된 논문 '광우병 감염소의 변형 프리온은 자율신경계를 경유하여 내장에서 중추신경계로 전파된다'을 인용해 "28개월령 소의 중추신경계, 말초신경계, 회장에서 변형프리온의 검출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며 한국 정부의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30개월 이하의 소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과학적 근거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박상표 국장 "30개월 소·살코기도 광우병 안전치 않아…연구결과에 과학적 반박해야"

   
  ▲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 ⓒ연합뉴스  
 
박 국장은 또 영국의 경우 20개월령의 어린 소에서 광우병 발병이 확인된 사례가 있으며, 일본에서는 21개월령에서 광우병 양성 확정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고 제시하면서 버시바우에 이런 사실에 과학적 반박을 주문했다.

살코기에도 광우병 프리온이 들어있을 가능성에 대한 연구사례도 들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6년 1월 국제수역사무국에 제출한 공식 문서에서 "골격근(살코기)에도 광우병 프리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의 경우, 살아있는 상태에서 광우병의 임상증상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몇몇 말초신경조직으로부터 검출된 사례가 2건이나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안 부쉬만(Ann Buschmann) 박사도 지난 2005년 〈전염병 저널( 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 192, pp 934~942)〉에 게재한 논문에서 "10마리의 마우스(쥐) 중 1마리의 마우스가 반힘줄모양근에서 광우병 감염력이 확인되었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고 박 국장은 전했다.

스위스의 과학자 아드리아노 아구치(Adriano Aguzzi)도 지난 2003년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sCJD)에 걸린 사람 32명 중 8명의 근육에서 위험한 프리온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180일 동안 연령 표시, 120일 동안 월령표시의 과학적 근거는 뭔가"

박 국장은 이런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대해 반박해보라고 버시바우 대사에 제안했다.

과학자의 연구결과 외에 한미 수입위생조건의 비과학성도 도마에 올렸다. 박 국장은 "새로운 수입 위생 조건 시행일 후 처음 180일 동안만 티본스테이크와 포터하우스스테이크에만 연령 표시를 하도록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과학적 근거에 의해 만든 규정인가"라며 "미국 민간 수출업체가 120일 동안만 쇠고기 월령표시를 해주겠다는 제안은 어떤 과학적 근거에서 나온 얘기인지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한국의 젊은 과학자와 시민들에 대해 "<사이언스>나 미국인도 밝혀내지 못한 황우석 교수의 가짜 줄기세포를 규명해낼 정도로 뛰어난 과학실력을 지니고 있다"며 "한국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사실 관계와 과학에 대해 몰라도 될 내용을 (오히려) 지나치게 많이 공부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과연 미국 국민들 중에서 국제수역사무국, 특정위험물질, 교차오염, 파이어스 패치, 프리온 같은 과학 용어를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며 "(한국 국민이 공부를 많이 한 이유는) 모두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무시한채 이윤에 눈이 먼 미국 축산업계와 그들을 비호하는 미국 정부와 이명박 정부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박 국장은 "지금은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쇠고기 재협상을 할 것인지, 버시바우 미국 대사를 본국으로 반송조치할 것인지 결정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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