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으로 폭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편파·왜곡언론’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언론소비자운동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왜곡·편파 보도 언제까지= ‘안티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 한 달여 이어지는 촛불문화제와 거리시위에서 화두로 등장한 것은 광우병 괴담 등을 쏟아내며 정부 옹호에 치중하는 이들 언론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자 10면 <시위대에 점거된 도로…택시기사는 끓는다>는 기사에서 “도심 불법시위는 우리사회의 ‘서민’인 택시 기사에게 엄청난 생계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불법 차로 점거 시위만으로 최소한 2조원 이상의 사회적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일자 31면 칼럼에서 “정권의 잘못은 잘못이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진실은 진실”이라며 “정권이 밉다고 값싸고 먹을 만한 쇠고기를 배척할 이유는 없다. 곧 촛불을 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수입쇠고기 고시 관보 게재 유보가 결정된 3일 보도에서도 이들 언론은 이로 인한 부작용과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조중동 평생 구독 거부 서명 용지들. ⓒ이치열 기자  
 
▷조중동 평생구독 거부=지난달 31일 촛불문화제의 현장인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5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 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이 연 ‘조중동 평생 구독 거부 선언 명함 붙이기’ 행사에서는 2000여 명의 시민이 절독선언에 나섰다. 박정주(63·광주)씨는 “조중동은 대한민국을 우롱하고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신문”이라고 주장했다. 전형이(39·서울 홍은동)씨는 “편파보도 때문에 5년 동안 봐온 중앙일보를 며칠 전 끊었다”면서 “아직 집 앞에 중앙일보가 쌓여 있는데 곧 경향신문으로 바꿀까 한다”고 말했다. 

▷광고 압박·후원 행동으로=거리의 열기는 인터넷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확산되고 있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 광장에서는 조중동의 광고주 명단을 공개하고 광고주를 압박하는 글들이 폭주하고 있으며,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는 십시일반 돈을 거둬 의견광고를 내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운동단체가 아닌 소울드레서 등 일반취미오락 카페들이 안티 조중동과 의견광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소울드레서는 지난 2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 1면 하단에 <우리가 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는지 알고 계십니까?>라는 제목의 5단 광고를 내보냈으며, 경향신문은 5월 한달동안 신규독자가 7000명 가량 늘었고 한겨레도 1주일 사이 2000명이 늘었다. 촛불문화제를 생중계하는 오마이뉴스는 8일 동안 ‘자발적 시청료’로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모금했다. 반면 조중동 광고주들은 항의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조중동폐간국민캠페인’이라는 회원 600여 명의 다음 카페에는 조중동에 광고를 낸 광고주와 전화번호가 업데이트 되고 있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기 펴는 언론, 기 죽은 언론=오마이뉴스, 민중의소리 등은 촛불문화제 현장 생중계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편파·왜곡 언론으로 지목된 조중동은 시민들의 성난 함성에 시달리고 있다. 현장 취재에 나선 김태환 민중의소리 사회부장은 “시민들이 인터넷 방송차량을 찾아와 1만 원, 2만 원 후원금을 즉석에서 내기도 한다”면서 “기자들에 대한 불신이 커서 민중의소리 조끼를 입고 있다.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한 쪽에 나와 있는 조중동 기자들이 안쓰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촛불인파가 모인 지난달 31일 밤 중앙일보 사옥은 시위대의 구호에 휩싸였다. 장 아무개(29·여·서울 문배동)씨는 “거리 행진을 하다가 중앙일보 건물이 보이자‘불꺼라’‘쓰레기’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문 쪽에서 규탄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민언론단체, 현업단체 중심의 운동이 한계가 있었는데 우리 삶과 직결되는 문제에서 과점 신문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 언론소비자 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류정민·안경숙·김원정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