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방송특보로 활동했던 구본홍(60) 고려대 석좌교수가 보도전문채널 YTN사장으로 내정되면서 방송의 정치중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한겨레 정도만 이를 비판했을 뿐 대다수 언론들은 침묵했다.

그나마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은 2~3단 크기의 기사를 통해 구 교수의 내정과 관련해 방송 독립성 훼손 우려가 YTN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간략하게나마 전달했지만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나머지 신문들은 단신으로 내정소식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한 정연주 KBS 사장의 정치색을 내세워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인사기사 안에 구 교수가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캠프 언론특보를 지냈다는 내용조차 밝히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언론들의 침묵은 5년 전인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캠프의 언론정책 고문을 맡았던 서동구씨를 KBS 사장에 임명했을 때 방송의 중립성을 들어 크게 반발해 8일 만에 물러나게 했던 전례에 비춰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당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KBS 이사회가 신임사장으로 임명 제청키로 의결한 서동구씨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언론 고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반대했었다.

30일 1면과 9면, 사설을 통해 구 교수의 YTN 사장 내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한겨레는 현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가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YTN에 이어 KBS, 아리랑TV,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도 이 대통령 측근 내정설이 돌고있으며 정권 차원에서 전방위적 언론장악 기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겨레는 사설 <현실화하기 시작한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에서 "그런 이가 방송사 사장이 되면 자신에게 논공행상을 해 준 정권의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정권 옹호에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고 구 교수 등의 사장 내정을 반대했다.

언론시민단체와 유관단체들도 MBC 보도본부장을 지낸 구 교수가 이 대통령의 측근인데다 특정 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한 전력을 들어 YTN의 정치중립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구 교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이명박 캠프의 방송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기독교TV 부사장이었던 그는 현직 언론인이 특정 후보 캠프에 참여해도 되느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부사장직을 그만두고 경선 선대위에서 방송특보단에서 활동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과의 친분도 깊어 방송의 독립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91년 말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통일국민당에 참여할지 말지를 놓고 이 대통령이 고려대 후배인 구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지금까지 깊은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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