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천천히. 2조 빨리 나와서 손 잡아요. 차 조심하세요."

30일 밤 서울 종로 거리. 수만 명의 시민들 앞에 예비군들이 속속 모습을 보였다. 양손을 서로 맞잡은 수십 명의 예비군 뒤편에서 시민들은 "장관고시 철회","평화시위 보장하라"는 함성을 질렀다. 이날 현장에 총출동 한 예비군들은 시민을 위한 '보디가드'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이날 예비군들을 소집 통보한 곳은 포털 '아고라'였다. 이들 대다수는 예비군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온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정치적 배후설을 일축한 셈이다. 임선욱(25)씨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다"며 "'다음' 아고라를 보고 왔는데 오늘 만난 사람들은 다 처음 본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강제 진압도 예비군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 중 하나였다. 익명을 요청한 이아무개(31)씨는 "신촌에 있는 후배가 며칠 전에 '살려 달라'고 연락이 와서 여기 왔다"며 "얼마 전에 시민들이 신촌에서 폭행을 당한 적이 있지 않나. (그래서) 시민들 앞에서 보호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예비군들은 자연스럽게 모여서 거리 시위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종필(31)씨는 "시작 전 19시에 광화문에서 모이고 30여 명 정도 모여서 시위 할 때 10명씩 시민들 선, 중, 후에 배치됐다. 그리고 시위 끝나면 '내일 봅시다'라고 인사하고 헤어진다"고 밝혔다.

정씨에게 어떤 목적으로 현장에 나왔는지 묻자 "통제할 만한 상황도 아니고 통제하려고 온 것도 아니다"며 "우린 여기 지원하려고 나온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밤 11시께 수십 여명의 시민들이 예비군들의 뒤를 따라올 때도 이들은 "인도하러 나온 사람 아니다. 제발 싸우지 마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자원봉사'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시민들은 시위 현장 곳곳에서 활약한 예비군들에게 감사의 말로 화답했다.

"사랑해요. 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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