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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四川) 지진 이후, 베이징 풍경
쓰촨(四川) 지진 이후, 베이징 풍경
[기고]강내영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학회 참석을 위해 도착한 중국 베이징은 온통 회색빛이다. 시내 1번지 왕푸징(王府井) 거리는 차분하였고, 애도를 표하는 흑백의 휘장과 <지진에 맞서 재난을 이겨내자, 합심하면 반드시 큰일을 해낼 수 있다(抗震救灾, 衆志成城)>는 대형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5월 19일부터 3일간 전국적으로 열린 지진애도행사에는 수백 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과 오성홍기를 들고 참석하였고, 각 방송국은 오락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고 쓰촨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또한 흑백의 애도 물결로 가득하다.

“확 달라진 중국정부와 시민의식”

5월12일 쓰촨지진은 대재난이었다. 5월26일자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수는 6만5천명을 넘어섰고, 실종자는 2만3천여 명, 부상자는 35만여 명, 이재민은 1천5백만 명에 달하고 있다. 5월25일에는 쓰촨성 칭촨(靑川)에서 강도 6.4의 여진이 다시 발생하여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올림픽을 목전에 앞둔 중국의 대참사 소식에 중국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애도와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5월24일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재난현장을 방문하여 유엔차원의 지원을 약속하였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일본, 러시아 등지에서 구호활동부대가 현지로 급파되었다.

사실 중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연초에 폭설 피해로 수조 원의 경제손실을 입었고, 티벳시위 강제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쳤으며, 설상가상으로 중국 전역에서 치명적인 전염성 장(腸)바이러스가 돌았다. 그리고, 5월12일에 대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슬픔 속에서도 체계적인 구호활동에 의해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는 분위기이다.

중국은 이번 구호활동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특히, 국가적 재난을 자신의 처지로 받아들이며 발벗고 지원에 나선 중국시민들의 성숙한 인도주의정신은 국제사회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현장에 총출동하여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였고, 재난상황을 사실대로 공개하였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현지 연설 도중 여진으로 몸이 흔들렸지만 끝까지 연설하는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서민총리로 인기가 높은 원쟈바오 총리는 아예 현지에 머물며 구호활동을 진두지휘하였다. 그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인다면, 백배의 노력을 해서라도 사람을 구출하라”며 구호현장을 누비며 독려하고 있다.

또한, 건물더미에 깔린 한 초등학생과 “아이야, 할아버지 말을 잘 듣거라, 반드시 버텨내야 한다. 우리가 너를 반드시 구해낼 것이다”는 대화 장면은 중국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신뢰를 주었다. 지진발생지 원촨(汶川)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는, “지진 지역의 전염병 상황을 바로바로 공개하고 대처할 것”이라 공언했고, 지진으로 범람위기에 처한 탕쟈산(唐家山) 호수지역에 헬기를 동원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亡羊補牢)”는 비판이 있었고, 유독 학교건물이 많이 무너진 것에 대해 분노하는 여론이 있었지만, 중국정부와 지도부의 헌신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지켜보면서 대체로 신뢰 속에 협력하는 분위기이다. 

언론 또한 확연히 달라진 보도양상을 보였다. 국영중앙방송(CCTV)은 “모든 재난지역마다 반드시 카메라가 출동한다”는 슬로건 속에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와 신징바오(新京報) 등 베이징지역의 언론들도 “한 곳에 재난이 발생하면, 모두가 나서 돕는다(一方有難, 八方支援)”는 구호를 내걸고 특집보도를 계속하고 있으며, 주간지 난팡주모(南方週末)는 5월22일 발행된 전체 내용을 지진현장 특집으로 보도하며, “지진과 올림픽이라는 슬픔과 기쁨의 교차로에서 믿음을 가지고 전진하자”고 강조하였다. 홍콩의 봉황TV 또한 “쓰촨정신으로 쓰촨을 수호하자”는 자막 속에 재난극복을 위한 구호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가장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중국시민들이다. 쓰촨지진 직후, 수만의 자원봉사자들이 앞다투어 쓰촨으로 향하고 있다. 베이징 곳곳에서도 대학생들과 시민이 합심하여 오성홍기 아래 헌혈과 구호성금을 모으고 있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민들의 구호활동 속에 리롄지에(李蓮杰), 장꾸어리(張國立), 야오밍(姚明) 등 유명스타와 기업인들도 구호활동에 대거 동참하고 있다.

1976년 지진 참사를 겪은 탕산(唐山)시에서는 쓰촨지역 고아 500명을 입양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정법대학과 베이징과학기술대학 등은 재난지역 4학년생들의 학비를 면제하기로 결정하였다. 중국시민의 계속되는 지원과 기부 속에 26일 현재 기부금은 290억 위안(약 4조6천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고속경제발전 속에 배금주의와 개인주의에 찌들었던 중국사회는 쓰촨지진을 겪으며, 배려와 합심의 성숙한 시민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빠링허우(八零後) 세대 또한 새로운 이타정신에 눈을 뜨고 있다. 베이징에서 만난 대학생 자원봉사자 루어시엔징(羅 靜)은, “여름방학이 오면 친구들과 올림픽 대신 쓰촨의 부상자들을 찾아가 옆에서 작은 힘이나마 봉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딸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환자를 돌본 여의사 이야기나, “저보다는 저 사람들을 구해주세요. 저 아저씨들이 저를 끝까지 보호해 주었어요”라는 여자어린이의 증언은 중국사회의 새로운 인도주의와 이타정신을 보여준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재난극복과 올림픽 성공 기원”

   
  ▲ 강내영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이웃국가의 재난에 한국의 친구들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다.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가 중국대사관을 찾아가 조문했으며, 중국전문케이블방송인 한국중화TV의 24시간 구호성금 자막방송을 시작으로, KBS와 EBS 등 방송국과 언론이 성금모금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장나라를 비롯한 한류스타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체와 대학가에서도 모금활동을 통해 중국 쓰촨돕기 활동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국가적 위기를 겪을수록 강인한 생명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경험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번 쓰촨지진은 중국사회에 큰 충격과 슬픔을 주었지만, 축적된 민족역량과 성숙한 인도주의정신으로 반드시 극복해낼 것이라 확신한다. 재난극복과 올림픽 성공을 계기로 베이징의 회색빛 하늘이 본연의 푸른빛 희망으로 되돌아오길 기원한다. 힘내라, 쓰촨(四川, 加油)!, 힘내라 중국(中國, 加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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