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한 올해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월 126만5848원이다. 1인 가구의 경우엔 46만3047원이다. 한 달 생활비로 450만 원 정도를 쓴다는 5인 중산층 가족과 '청담동 왕자님'으로 불리는 부유한 20대 대학생이 각각 '최저생계비 체험' 실험에 도전했다.

이들은 역지사지와 나눔을 배울까. 아니면 돈에 대한 애착을 되레 더 키울까. EBS TV <리얼실험프로젝트X>가 실험 참가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2부작 '최저생계비 한 달 살기' 편(사진)을 27일과 다음 달 3일 오후 7시55분에 잇달아 방송한다.

민성이네 가족은 30대인 아버지·어머니와 초등학교 6·4·1학년생 자녀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동탄신도시 122.3m²(37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 가족의 경우 적어도 돈이 부족하진 않은 생활을 해 왔다.

   
  ▲ ⓒEBS  
 
어머니 유지영(38)씨는 "우리 가족의 소비 습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아이들에겐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도록 하는 교육의 기회도 마련하고자 실험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가족에게 주어진 돈은 112만1520원이다. 평소 지출하는 생계비의 4분의1 수준이다. 최저생계비 품목에 들어가지 않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비데, 게임기 등은 사용금지다.

이들은 먼저 절약을 위한 방법부터 찾기 시작한다. 전기요금과 수도료 등을 아끼는 것은 기본이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던 아버지는 2시간 거리의 길을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직원들과의 회식도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소주 3병으로 해결한다. 1만 원이다.

평소에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하지 않던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대형마트에 가면서 힘들다고 보챈다. 겨우 도착한 마트에서 식구들은 각종 시식코너를 휩쓴다.

생일을 맞은 막내아들 민성군은 케이크는 물론 평소 자주 먹던 자장면조차 먹지 못하게 되자 울음을 터뜨린다. 식탁에 김치와 밥만 올라오자 맏아들 준희군까지 먹기 싫다며 투정한다. 휴일에 놀러간 제부도에서조차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버지 김강일(39)씨는 슬픈 감정이 북받친다.

또 다른 지원자인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정석호(23)씨는 "전공 공부를 하면서 평소 고민했던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돈의 소중함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한 달 생계비로 43만여 원을 받은 정씨는 하룻밤을 찜질방에서 보내고 이튿날 고시원 방을 겨우 구한다. 우연히 한 소개팅에서 상대방에게 스테이크와 장미를 사주는 바람에 거액을 지출하고 만다. 하루는 상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지만 병원 치료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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