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던 '촛불 집회'가 '거리 시위'로 번졌다.

지난 2일 이후 서울 청계광장을 중심으로 17차례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24일 모인 촛불은 전과 달랐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면서 '공기업 민영화 저지', '영어 몰입교육 반대', '대운하 반대' 등의 이슈로 확산됐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정부 시위로 격화됐다.

10대의 참가가 두드러지던 이전 집회와 달리 대학생, 386세대 등 다양한 집단이 시위에 가세했다. 경찰은 거리 시위 참가자들 중 37명을 강제 연행했으며 이중 주동자 일부는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다음은 26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의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촛불집회, 거리시위로 격화>
-국민일보 <'약속깬 촛불'… 비폭력 흔들>
-동아일보 <"북 김정일 사망하면 1인독재서 집단지도체제로">
-서울신문 <"정부 2006년 AI도 위험성 축소">
-세계일보 <1인당 혈세 19억원 쓰고 연 40일 일해 법안처리율 역대최저… 건당 3억 들어>
-조선일보 <차로로 뛰어든 '촛불집회'>
-중앙일보 <치매·중풍 환자는 100만 고통은 500만명>
-한겨레 <소통 대신 공권력… '민주주의 역주행'>
-한국일보 <'평화 라인' 넘어선 촛불 집회>

   
  ▲ 5월26일자 조선 1면  
 
조선·중앙·동아·세계·국민 '불법 집회'

이날 아침신문 중 조선·중앙·동아 등은 24∼25일 이틀 간 있었던 촛불집회가 불법시위로 변했다는 데 초점을 둬 보도했다. 조선은 불법 폭력 집회, 동아는 불법 시위, 중앙·세계는 '불법시위', 국민은 '불법 집회'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그중 일부 신문은 촛불문화제가 불법시위로 변질된 이유를 '시위전문가', '반정부 좌파세력'이 가세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경찰 물리력 동원', '강제 연행' 등에 주목했고 서울은 '과잉진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경향은 이날 있었던 촛불집회가 거리시위로 격화된 이유는 '이 대통령의 부실한 사과'와 '경찰의 강제연행' 때문이라고 보았다. 한겨레는 경찰의 강제해산과 참가자 연행 등을 지적하면서 25일로 출범 석달을 맞은 이명박 정부에서 우리 사회가 쌓아온 민주주의적 성과가 후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이명박 정부 민주주의 역주행'을 6개면에 실었다.

시위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

조선은 이날 1면 머릿기사 <차도로 뛰어든 '촛불집회'>를 통해 "지금까지 광장에서 평화적으로 진행돼 왔던 촛불집회가  24~25일 이틀 연속 서울 도심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불법 폭력집회로 변질됐다"고 전했다. 조선은 '무법천지', '극심한 혼잡', '불법 시위' 등의 단어로 지난 시위를 묘사했다. 기사는 경찰이 시위를 막으려는 강한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8면 <시위대 "청와대로 가자"… 법 사라진 '서울의 주말'>도 곱지 않았다. "서울 도심 도로는 시위대의 전유물이었다. 이들은 인도에서 차도로 내키는 대로 내려가고 올라오기를 반복했으며, 도로 완전 점거와 일부 점거를 멋대로 반복했다 … 시위대가 지나는 곳마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안 되는 등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등을 보면 그렇다.

동아 "'시위전문가', '반정부 좌파세력'이 시위 격화시켜"

동아 1면 <촛불, 끝내 차도 불법점거>도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24, 25일 서울 시내 도로를 불법 점거해 도심교통을 마비시키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6면 <"청와대로 가자" 구호따라 차도로 우르르>에서 이날 시위가 과격해진 이유 중 하나는 '강기갑 의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이 오후 5시15분께 삼보일배를 하며 광화문 쪽으로 이동하자 일부 참석자가 "따라가자"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과격해졌다는 것이다.

   
  ▲ 5월26일자 동아 6면  
 
동아는 이날 촛불집회의 양상이 달라진 이유는 '시위 전문가'들이 가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촛불집회를 효순 미선양 6주인 6월 하순 이후까지 끌고 가기 위해 시위 전문가가 가세하는 듯하다"는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의 말도 인용했다. 동아가 말한 '시위 전문가'는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신이며 여기에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1만9000여 명 중 일부, 전국교사대회를 마친 전교조 교사,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종교인 모임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 회원 등이 가세하면서 불법 시위로 변질 됐다는 주장이다.

   
  ▲ 5월26일자 동아 사설  
 
이날 동아의 사설 <누구를 위해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하는가>은 이번 시위를 보는 동아의 편치 않은 심경을 그대로 전해 준다. 위의 기사에서는 '시위 전문가'가 가세했다고 분석했지만 사설에서는 좀 더 노골적인 단어 '반정부 좌파세력'을 등장시켰다. "집회에 반정부 좌파세력이 본격 가담하고 수백 명이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며 경찰에 맞서 새벽까지 수도 한복판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것은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서는 일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로 이동한 것 역시 "특정 세력이 계획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이 아무리 크다 해도 취임 3개월밖에 안 됐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 대통령에 대해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중앙 "불법행위자를 엄정 조치해야 한다"

중앙의 사설 <시험대에 오른 새 정권의 법 집행의지>에서는 연행된 이들에 대해 "검찰은 법에 따라 불법행위자를 엄정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구호 제창과 돌발적인 집단 이탈 행위는 문화제의 성격에서 벗어나며 도로를 점거해 밤새 세종로 일대 교통을 마비시켰고 시위대를 연행하던 중 경찰 7명이 다쳤기 때문에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폭력 혐의까지 적용된다는 것이다.

   
  ▲ 5월26일자 중앙 사설  
 
경향 "부실한 사과와 강제 연행이 시민 분노케 해"

경향은 11면 <미국소 반대서 정권 비판으로 확산>을 통해 촛불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면서 '거리의 정치'가 상설화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쇠고기 반대' 외에도 '공기업 민영화 저지', '영어 몰입교육 반대', '대운하 반대' 등 이슈가 다양화됐고, 대학생, 386세대, 30대 여성, 10대 중·고생들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 5월26일자 경향 11면  
 
경향은 '이 대통령의 부실한 사과'와 '경찰의 강제연행' 등이 시민의 분노를 격화시켰다고 보았다. "문제의 본질인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과 쇠고기 수입 재협상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격해진 민심을 무마시키는데 급급했다 … 전날 철야시위에 대해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연행한 것은 시위를 격화시킨 주 원인이다. 경찰은 날이 밝기 시작한 25일 새벽 4시55분쯤 시위 현장에 남아있던 600여명(경찰 추산 250여명)에 대해 강제 진압에 들어가 37명을 현장에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거센 몸싸움이 일어 일부 연행자가 전경들의 방패에 밀리거나 찍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한겨레 '이명박 정부 민주주의 역주행' 6개면에 펼쳐 실어

한겨레도 같은 소식을 1면 머리로 다뤘지만 '강제로 연행된 집회 참가자 37명'의 내용을 기사 리드에 담았고, '경찰이 시민들을 물리적으로 해산하고 강제 연행한 사건은 민주주의의 후퇴조짐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3면 <요지부동 정부에 '촛불 분노'… 경찰 강제 진압이 기름 부어>는 "이틀 연속 진행된 시민들의 거리행진은, 촛불집회에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인터넷 포털을 통해 새벽에 강제연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면서 시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사설 <연행과 처벌로는 촛불집회 막지 못 한다>는 이날 행진과 도로 점거가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을 생각한다면 경찰이 연행자들 가운데 '불법행위 주도자'를 추려 구속한다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행자를 엄정 조치해야 한다는 중앙의 주장과 반대된다.

한겨레는 나아가 "출범 석달을 맡은 이명박 정부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온 민주주의적 경과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검찰·감사원 등 권력기관은 정권의 코드 맞추기에 총동원되고, 국가정보원까지 참가하는 5공식 관계 기관 대책 회의도 부활했다"는 것이다. 1면 <소통 대신 공권력… '민주주의 역주행'>에서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과거 독재정권 때의 중추적 권력 기관의 특권을 약화시켰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장주의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권위주의를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대통령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적 제도가 충분히 공고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기관에 대한 의회와 시민사회의 감시가 제도적으로 안착되기 전에 보수로 회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 5월26일자 한겨레 1,3,4,5,6,7면  
 
한겨레는 1면 <소통 대신 공권력… >에 이어 '이명박 정부 민주주의 역주행' 관련 기사를 3면 <'성난촛불' 기름 부은 강제 진압>, 4면 <인사·정책 뒤집기 '법 위의 대통령'>, 5면 <공안몰이에 '인권 질식' 위기>, 6면 <성장에 집착 '관치경제' 불활>, 7면 <'당근·채찍' 5공식 언론통제> 등에 실었다.

서울 '2006년 정부 AI 위험성 축소' 단독 보도

한편 서울신문은 정부가 2006년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위험성을 은폐하거나 아예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신문이 단독 보도한 1면 <"정부 2006년 AI도 위험성 축소">은 "올해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치사율이 높은 중국 안후이형의 한 계통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2006년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서도 위험성을 은폐하거나 아예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이 25일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보고서를 입수, 분석한 결과 2006년 초 이미 칭하이형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WHO에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기사는 "WHO와 OIE 보고서는 온라인에 공개돼 있기 때문에 검역원이 발표 이전 자료를 검색하거나 WHO 사무국에 확인만 했어도 칭하이형의 인체 감염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지만 결국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에 급급해 정부가 사실을 호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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